“스타트업처럼”… 삼성, 조직문화 다 뜯어고친다

입력 2016-03-24 21:19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24일 경기도 수원 디지털시티 디지털연구소에서 열린 ‘스타트업 삼성 컬처 혁신 선포식’에서 혁신을 다짐하고 있다. 행사에는 윤부근 삼성전자 CE부문 대표를 비롯해 신종균 IM부문 대표, 이상훈 경영지원실 사장 등 주요 임직원이 참석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조직문화를 대대적으로 혁신한다. 조직 전체에 스타트업 DNA를 주입해 삼성 특유의 ‘승부근성(Winning Spirit)’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4일 수원 디지털시티에 있는 디지털연구소(R4)에서 ‘스타트업 삼성 컬처 혁신 선포식’을 열었다. 윤부근 소비자가전(CE)부문 대표, 신종균 IT·모바일(IM)부문 대표, 이상훈 경영지원실 사장 등 임직원 600명이 참석했다.

삼성전자는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업무 생산성 제고, 자발적 몰입 강화 등 ‘3대 컬처 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삼성전자 임원들은 이날부터 권위주의 문화를 타파하고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을 위한 선언문에 서명을 시작했다. 임원부터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삼성전자는 직급 체계를 단순화하고 직무와 역할을 중심으로 인사제도를 개편한다. 현재 엔지니어, 연구개발 등 일부 직군에서 적용 중인 4단계(사원-선임-책임-수석) 직급 체계를 모든 직군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무 생산성 제고를 위해 불필요한 회의의 절반을 없애고, 동시보고·실무보고·심플보고 등 ‘스피드 보고의 3대 원칙’도 이행키로 했다. 임직원의 업무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장시간 근무하는 문화도 개선한다. 상사의 눈치 때문에 하는 야근이나 주말 특근은 줄이고 자기계발에 필요한 다양한 휴가 제도를 도입한다.

삼성전자는 컬처 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해 직급 단순화, 수평적 호칭, 선발형 승격, 성과형 보상의 네 가지 방향을 골자로 하는 글로벌 인사혁신 로드맵을 수립해 6월 중 임직원을 대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컬처 혁신, 인사 혁신을 위해 경영진과 협의회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발족했다.

삼성전자가 ‘스타트업 삼성’을 선언한 건 지금과 같은 경직된 조직문화에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스타트업 삼성’에는 빠르게 실행하고 열린 소통의 문화를 지향하면서 지속적으로 혁신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패스트 팔로어(새로운 제품·기술을 빠르게 따라잡는 것)’ 전략으로 성장해 왔다. 스마트폰, 메모리 반도체, TV 등 주요 제품은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SW)를 중심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오면서 이런 전략은 한계에 왔다는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실적은 정체됐고, 반도체와 TV는 중국 등 후발 업체가 맹렬히 추격해오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실리콘밸리 기업이 주도하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자동차 등 미래 사업도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삼성전자에는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의 DNA가 절실한 시점이고, 이를 위해 기존 관행을 모두 버리고 조직문화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사고방식, 관행을 떨쳐내고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의식과 일하는 문화를 만들어나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