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24일 금감원을 찾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에게 ‘解弦更張(해현경장) 知微知彰(지미지창)’이라고 쓰인 서예 액자를 선물했다. 너무 어려운 말이어서 그런지 금감원은 글귀의 뜻과 유래를 상세하게 설명한 자료도 내놨다.
해현경장은 중국 한나라 때 동중서(董仲舒)가 무제(武帝)에게 올린 인재등용 대책에서 유래된 말로 ‘거문고 줄을 고쳐 맨다’는 뜻이다. 지미지창은 주역 계사전에 나오는 말로 ‘군자는 미미한 것도 알고 밝게 드러난 것도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진 원장은 “느슨해진 거문고 줄을 고쳐 매듯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고, 크고 작은 금융시장 리스크를 잘 살피고 지혜롭게 대응하자는 취지로 이 휘호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매우 의미가 깊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신발끈을 다시 매고 금융개혁을 완성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번 선물은 임 위원장이 지난해 3월 취임 다음날 진 원장에게 ‘金融改革(금융개혁) 渾然一體(혼연일체)’ 휘호를 전한 것에 대한 답례이기도 했다.
금융감독 당국의 두 수장이 멋들어진 휘호를 주고받는 모습은 일단 사이가 좋아 보여서 훈훈하지만, 거북함과 위화감을 주기도 한다. 굳이 그런 현학적인 말로 개혁의지를 과시해야 하느냐는 반발심이 드는 것이다. 복잡한 금융상품이 어지럽게 쏟아져 나오는 요즘,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렵고 화려한 말보다 쉽고 친절한 표현일 것이다.
일례로 최근 금융 당국이 열심히 밀고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아이에스에이’라는 이름부터가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발음하기도 쉽지 않고, 영문약자로 된 이름만 보면 무슨 상품인지 알 수가 없다.
천지우 기자
[비즈카페] ‘개혁의지’ 굳이 어려운 말로 해야 생기나
입력 2016-03-2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