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레드팀 없는 정치 리더십

입력 2016-03-24 17:48

유승민 사태 등 새누리당의 공천은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을 협소하게 만들어 놓았다. 최소한 TK 말고 다른 곳에서는 그렇다. 김무성 대표는 더 이상 무기력할 수 없을 정도의 리더십을 나타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친노·운동권한테 한 방 맞고 임기가 언제까지일까 고민할 수준이 됐고, 문재인 리더십은 강한 결속력으로 당내 지지를 받고 있지만 여론의 거부감은 훨씬 크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안철수 현상’을 재현해내지 못함으로써 미래 자체가 불투명하다.

정치권에 제대로 된 리더십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추상적인 구호와 남 탓만 있지 미래 전략들이 없는 것이다. 정치 리더십 대부분이 확증편향이 강하다.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으면 무시하는 경향이다. 전문가들은 이럴 경우 리더십의 통찰력과 유연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눈앞의 이익이 우선이다.

군에서 워게임이나 실전 훈련을 할 때 레드팀(red team)을 운용한다. 적군 역할인데, 아군의 전술·전략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2012년 방영됐던 미드 ‘뉴스룸’은 영향력 있는 케이블TV의 메인뉴스팀의 취재 활동을 다룬 이야기다. 뉴스팀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사린가스를 사용했다는 제보를 받는다. 전쟁범죄다. 11개월 동안 비밀 취재 후 완성된 기사를 취재 내용을 전혀 모르는 일부 기자들에게 공개한다. 이들이 레드팀이다. 다른 시각에서 기사의 허점이 무엇인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파고든다. 레드팀은 뭔가 이상하니 더 확인을 요구했다. 결국 이 주장은 무시된 채 대특종으로 방영된다. 하지만 의도된 거짓 제보, 잘못된 증언, 인터뷰 조작 등이 얽힌 대형 오보로 판명됐다. 신뢰도는 형편없이 추락했고, 회사는 문 닫기 직전까지 간다.

잘나가는 글로벌 기업들은 조직 내에 레드팀이나 비슷한 기능을 운영한다. 이거 없으면 진단도 분석도 전략도 일방적이니, 미래 비전이 생길 리 없다. 정치 리더십이라고 다를 게 없다. 선거 뒤가 더 걱정이다.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