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야 산다… 투수들, 겨우내 신무기 장착

입력 2016-03-24 20:41
SK 와이번스 왼손투수 김광현이 지난 16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시범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최고 시속 150㎞의 빠른 직구를 자랑하는 김광현은 이번 시즌 시속 133∼134㎞의 체인지업을 장착해 더욱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시스

지난 16일 SK 와이번즈 에이스 김광현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날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넥센 히어로즈 타선을 상대한 김광현은 5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안타는 1개도 내주지 않았다. 특이한 점은 주무기 슬라이더가 전체 던진 공(56개)의 5%(3개)밖에 안됐다는 점이다. 대신 체인지업을 20개나 던졌다.

김광현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겨우내 ‘서드 피치’인 체인지업을 연마했다. 투 피치(직구+슬라이더)로는 점점 타자들과의 수 싸움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물론 김광현의 슬라이더는 알고도 쉽게 쳐내기 힘든 위력적인 공이지만, 선발투수로서 완급조절을 할 수 있는 구종 개발이 절실했다. 그런 면에서 체인지업은 김광현에게 안성맞춤이었다. 133∼134㎞의 체인지업은 최고 150㎞의 직구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냈다. 신무기를 갖춘 김광현은 24일 현재 세 번의 시범경기 마운드에 올라 12⅓이닝 1실점(무자책점)의 완벽투를 선보이고 있다.

비단 김광현만이 아니다. 프로야구 각 구단 에이스들도 자신만의 무기를 갈고 닦아 팬들 앞에 섰다. 최근 수년간 계속 이어져온 ‘타고투저’ 흐름에 살아남기 위한 시도로 신무기 장착 외에도 기존 무기에 변화를 줘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였다.

kt 위즈 조무근은 슬라이더에 변화를 줬다. 기존에 그가 던진 슬라이더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종 슬라이더’였다. 일반적으로 가로로 휘어져 나가는 슬라이더와는 애초부터 차별화 돼 있었다. 그는 이 무기를 앞세워 지난해 8승5패4세이브 평균자책점 1.88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다시 한번 무기를 가다듬었다. 슬라이더 그립에 약간의 변화를 줬다. 기본 축은 종으로 떨어지는 것이지만 마지막에 약간 바깥으로 휜다.

한화 이글스 송은범은 슬러브를 장착했다. 송은범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거치며 슬러브를 익혔다. 팀 인스트럭터로 열흘간 함께한 니시구치 후미야 코치로부터 배웠다. 니시구치는 1997년 사와무라상과 퍼시픽리그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한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그가 가르쳐준 슬러브는 슬라이더보다는 느리지만 커브보다는 빠른 구종이다. 각도 슬라이더보다 크다. 송은범은 “실전에서 계속 던지고 있다. 주무기 슬라이더 보다 구속은 조금 줄어도 각이 커져서 투구 패턴에 다양화를 줄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권혁은 체인지업, 안영명(이상 한화)은 투심을, 손승락(롯데)은 포크볼을 장착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