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설교] 인간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일

입력 2016-03-24 17:50

페르시아의 황제가 하루는 유명한 현자 세 명과 저녁을 먹으면서 이런 질문을 했다. “인간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 무엇인가?”

첫 번째 현자가 “늙어서 가난하게 되는 것입니다”라 답했다. 젊어서 가난하게 되면 다시 기회가 있지만 늙어서 가난하게 되면 다시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현자는 “몸에 병이 드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몸에 병이 들면 돈이 가치가 없어진다. 산해진미도 맛이 없고 천하비경도 흥미가 없다. 세 번째 현자는 말하기를 “선한 일이라곤 하나도 한 것 없이 임종을 맞이하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그렇다. 임종의 순간에 선한 일이라고는 하나도 한 것 없이 이 세상을 떠나게 됐다는 생각이 들 때 인간으로서 가장 괴로운 것이다. 선행도 나눔도 없이 평생 나를 위해서만 먹고 마시고 배설했으니 ‘오물제조기’로 산 것과 같다. 인간이 들을 수 있는 말 가운데 가장 고통스런 것이 아닐 수 없다.

베두인족의 격언에 “나그네를 대접하는 것은 천사를 대접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대접하고 환대하고 나누는 것은 인간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일이다. 가장 사람답게 사는 일이다. 선한 일은 우리의 삶을 가볍게 만들어 준다. 가볍게 사는 자가 행복한 자다. 멀리 가는 자는 언제나 짐이 가볍다.

유대인의 작명법은 특별하다. 아이가 태어나면 난지 8일 만에 할례를 받게 한다. 할례를 할 때는 온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축복한다. 할례 의식이 시작돼 랍비가 아이를 위해 하나님께 기도를 드릴 때 처음으로 그 아이의 이름을 부른다. 하나님 앞에 이름이 먼저 불리고 나서야 사람들이 부른다. 아이의 이름은 관습에 따라 장자인 경우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이름을 따르게 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경우 아버지의 이름을 그대로 받는다. 하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다 살아 계신 경우는 가장 최근에 돌아가신 가장 가까운 혈족의 이름을 따른다. 아들이 아닌 딸인 경우에는 돌아가신 할머니나 어머니의 이름을 승계한다.

이처럼 유대인은 이름이 두세 개로 고정돼 있어서 같은 이름이 세상에 남아 계속 전승된다. 성경에 “이름을 끊이지 않게 한다”고 축복한 것과 같다. 장자와 장녀 외의 경우는 새로운 이름을 지을 수 있는데, 이때도 가장 가까운 혈족의 이름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들은 항상 하나님의 이름을 부를 때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이라고 한다. 할아버지의 하나님, 아버지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이라는 말이다. 조상들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다. 하나님의 이름이 항상 있어야 나의 이름도 항상 있는 것이다.

이름이 같을 때 마음도 같아지고 사랑도 같아지는 법이다. 사랑과 나눔은 다른 것이 아니다. 믿음은 쉬지 않고 사랑과 함께 일한다. 그러므로 나눔 없는 사랑은 사랑으로서 부족하다. 사랑을 사랑답게 하는 것은 나눔의 힘이다. 그래서 나눔은 능력이다. 유대에 이런 말이 전해진다. “죽을 때 재물을 가지고 갈 수는 없다. 하지만 미리 갖다 놓을 수는 있다.”

안영호 대구 생명의빛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