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저항운동의 빛과 그늘을 바라보다… ‘마이너리티 코뮌’ 저자 신지영씨

입력 2016-03-24 18:40
지난 5년간 일본에서 전개된 각종 시위, 집회, 모임, 저항 활동 등에 대한 현장 기록을 500페이지 넘는 분량의 책으로 써낸 신지영씨. 갈무리 제공
2000년대 후반 이후 불평등은 지구적 화두가 됐고, 세계는 유례없는 저항운동의 시기를 맞고 있다. 월가 점령시위를 필두로 아랍의 봄, 홍콩의 민주화 시위, 미국의 인종차별반대 시위 등이 이어지고 있다.

‘마이너리티 코뮌’(갈무리)은 2009년 가을부터 2015년 초까지 일본에서 벌어진 저항운동의 현장을 기록한 책이다. 이 시기 일본에서도 거리시위와 시민행동이 폭발했다. 2011년 원전 사고를 계기로 탈원전·반원전 시위가 줄을 이었고, 우익들의 헤이트 스피치와 이에 대항한 카운터 데모가 격렬했다. 또 아베 정권의 우경화에 맞서 비밀보호법 반대, 평화헌법 수호 활동 등이 연일 인파를 불러 모았다. 반빈곤 운동, 야숙자(노숙자)들의 공원 점거 활동, 오키나와 미군기지 반대 활동, 재일조선인 인권 운동 등도 꾸준히 전개됐다.

도쿄 히토쓰바시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유학생 신지영(39)씨는 지난 5년간 일본에서 펼쳐진 각종 집회나 시위, 모임, 활동 등에 참여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써서 책으로 묶었다. 일본에 머물고 있는 신씨는 지난 23일 전화 인터뷰에서 “일본의 거리운동에 대한 보고서나 르포집은 아니다”라며 “어떤 것을 보거나 조사하겠다고 생각한 게 아니라 그 속에 들어가 같이 호흡하면서 느낀 것을 기록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신씨의 책은 일본에서 근 40년 만에 되살아난 저항운동에 대한 최신의 르포로서도 충분히 읽어볼만하다. 그러나 책장을 열어보면 알겠지만 이 책의 가치는 그 이상이다. 저항운동에 대한 그의 사유는 기존의 담론들을 단숨에 낡고 답답한 것으로 만들어 버릴 만큼 참신하면서 날카롭다. 그는 한 국가의 국경에 갇히지 않는 국제성으로, 단체나 리더가 아니라 연결된 개인들의 관계성으로, 이벤트가 아니라 삶의 방식으로 운동을 재구성하고자 한다. 또 운동이 폭발하는 순간이 아니라 ‘운동 이후’ 약화되고 분열되고 변질되는 시간들에 주목하면서 만남, 접속, 모임, 연결 등이 갖는 힘을 확인한다.

신씨는 “운동의 힘이 어떻게 이어지는 것일까? 운동 안에서 벌어지는 타자에 대한 구별과 배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운동이 확산됐다가 잦아들 때, 밖에서 비방이 시작될 때, 그런 순간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일본에서 운동들을 바라보면서 그런 문제들을 생각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씨가 다다른 답은 책의 제목으로 쓰인 ‘마이너리티 코뮌’이다. 그는 저항운동을 마이너리티들의 코뮌(마을)으로 바라본다. 저항운동을 개인들의 관계성으로 구축되는 ‘마을’로 조명한다는 점이야말로 이 책의 가장 독특한 부분이다.

“일본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건 운동이 단체와 단체로 연결된 게 아니라 개인과 개인의 결속으로 진행된다는 점이었다. 다들 개인적으로 왔는데 모여 보니 엄청난 인파를 이루는 것이다. 개인들이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접촉하고 결합한다. 그런 게 굉장히 신기했다. 아마도 그런 데서 운동의 발랄함이 오는 것 같다.”

신씨는 ‘마이너리티 코뮌’을 삶의 방식, 인간의 존재방식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자본주의, 군사주의, 인종주의 등이 심화되고 있고, 우리 모두가 여기에 연루돼 있다. 난민이나 외국인 노동자, 소수자 문제 같은 것도 이미 우리 삶의 조건 속으로 깊게 들어와 버린 상황이다. 개인들끼리 만남과 접속, 모임을 만드는 게 중요하고, 작은 코뮌들이 생겨나 서로 만나고 연결하는 게 중요하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