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정의를 위해 출마하겠다”

입력 2016-03-24 00:31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23일 대구 동을 지역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유 의원은 공천 과정에서 당의 ‘고사(枯死)’ 작전에 대해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뉴시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정의를 위해 출마하겠다”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자신을 ‘배신의 정치’로 지목한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듯 “권력이 저를 버려도 저는 국민만 보고 나아가겠다”며 “정의가 짓밟힌 데 대해 분노한다”고 했다.

유 의원은 23일 대구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천에 대해 지금 이 순간까지 당이 보여준 모습은 정의가 아니다”며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 보복”이라고 밝혔다. 정체성 논란을 빚었던 지난해 4월 원내대표 시절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대해선 “몇 번을 읽어봐도 당의 정강·정책에 어긋난 내용은 없었다”고 했다.

유 의원이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는 없다”고 강경 발언을 쏟아낸 것은 향후 정치 행보에서 박 대통령과의 대립 구도를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유 의원은 23일 밤늦게까지 자신의 공천 여부가 정해지지 않자 무소속 출마를 위해 대구시당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는 24일 이후에는 당적을 바꿔 출마할 수 없다고 규정한 공직선거법상 출마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다.

당 지도부와 공천관리위원회는 후보 등록 전날인 23일까지 ‘선택은 본인 몫’이라며 유승민 의원 공천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불출마’ 아니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라는 양자택일(兩者擇一) 상황에 내몰린 유 의원이 결국 탈당을 결행하게 된 것이다.

당 최고위원회와 공관위는 이날도 유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을’에 대한 공천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막바지 ‘고사(枯死)작전’을 펼쳤다. 김무성 대표는 “공관위에서 합당한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무공천 지역으로 결정하는 것이 옳다”며 “오늘(23일) 12시까지 꼭 출마하려면 탈당을 해야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표의 ‘뒤늦은 배수진’이 친박으로 기운 당 지도부와 공관위의 기류를 바꾸지는 못했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무공천은 있을 수가 없다”며 “합당한 것을 누가 판단하느냐”고 반발했다.

오전 최고위에서 최고위원들은 유 의원 공천 여부는 최고위 권한이 아니라 공관위 결정 사항이라며 논의를 피했고, 회의는 정회됐다. 공관위는 밤늦게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공을 다시 최고위로 넘겼다. 이 위원장은 이에 대해 “논의를 했지만 아직 결론은 못 냈다”며 “24일 오전 회의를 다시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와 공관위 모두 자기들이 결정했다는 책임을 피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꼼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치권에선 유 의원의 결단은 박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뿐 아니라 4·13총선 최대 격전지인 수도권 판세를 흔들 ‘태풍’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비박계 맏형인 이재오 의원도 24일 무소속 출마 기자회견을 한다.》관련기사 3·4면

한장희 김경택 기자, 대구=전웅빈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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