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 후보등록일을 하루 앞둔 23일에도 유승민 의원 거취를 둘러싼 새누리당 지도부와 공천기구의 ‘폭탄 돌리기’는 계속됐다. 무소속 출마를 위한 탈당 시한인 자정까지 유 의원이 먼저 입장을 밝히기만 기다리면서 종일 손을 놨다.
김무성 대표는 그동안 꾹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그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 유일하게 남아 있는 대구 동을은 공천관리위원회에서 합당한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무공천 지역으로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합당한 결정이란 유 의원을 공천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김 대표는 앞서 오전에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경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 했었지만 공천관리위원회로 넘어가면 결정이 안 돼 최고위로서도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또 “오늘도 ‘경선할 시간은 없고 유승민 의원으로 공천하는 것이 옳다’는 이야기를 (최고위 때) 분명히 전했다”고 강조했다. 공관위가 이재만 전 동구청장을 단수추천하면 공천장에 도장을 안 찍겠다는 ‘선전포고’였다.
실제 공관위 내부에선 그동안 동을에 후보를 아예 안 낼 것이냐, 이 전 청장을 단수추천 할 것이냐를 두고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그러다 막판에 이 전 청장 단수추천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었다. 유 의원이 탈당하면 후보등록기간 중에라도 이 전 청장을 공천할 수 있고, 유 의원이 제 발로 당을 떠났다는 명분도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공관위 회의를 1시간30분 앞두고 나온 김 대표 발언에 이한구 위원장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위원장은 “무공천은 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여론조사상 유 의원이 앞서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누가 그래? 조사해봤어? 조사해봤냐고”라고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 위원장은 그동안 “유 의원의 자진 사퇴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만 반복해 왔다. 전날까지도 “이런 문제를 표결로 할 수는 없다”며 무공천 가능성을 열어뒀다가 말을 바꿨다. 공관위는 오후 2시로 예정돼 있던 회의를 별다른 이유 없이 오후 7시로 미루는 등 끝까지 시간 끌기로 일관했다. 이 위원장은 회의 종료 후인 오후 10시30분 브리핑에서 “대구 동을에 대해 논의를 했지만 아직 결론을 못 냈다”며 “내일 아침 9시에 회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될 수 있으면 합의하려고 하지만 마지막 단계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표결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런 결정을 보고받은 김 대표는 “잘 논의해보겠다”고만 했다. 오후 9시 다시 열린 최고위 회의는 자정을 넘어서까지 이어졌다.
최고위는 이날 김 대표가 당헌·당규에 위배된다며 추인을 보류했던 5개 단수추천 지역 가운데 경기 분당갑을 의결했다. 이로써 유 의원 측근인 이종훈 의원이 컷오프되고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의 공천이 확정됐다. 나머지 4개 지역 가운데 서울 은평을의 이재오 의원과 대구 동갑의 류성걸 의원은 유 의원 무소속 출마 기자회견이 끝나고 곧바로 탈당했다. 최고위는 경기 화성병에 대해 공관위에 재심을 요구했지만 공관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한장희 이종선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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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24 0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