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으로 농구는 키 큰 팀이 유리하다. 리바운드를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외곽슛보다는 골밑에서 넣는 공이 림을 통과할 확률이 훨씬 높다.
23일 경기도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3차전에서 전주 KCC 추승균 감독은 골밑 강화를 위해 1쿼터에 국내 최장신 하승진(221㎝)과 센터 허버트 힐(203㎝)을 동시에 투입했다. 그런데 이 작전은 큰 단점을 지닌다. 키가 큰 선수일수록 발이 느리고 따라서 공수전환이 느려진다는 점이다.
고양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KCC의 이 약점을 ‘처절하게’ 공략했다. 훨씬 빠른 속도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폭발적 스피드를 갖춘 조 잭슨을 앞세웠다. 또 이승현 김동욱 최진수 등 몸놀림이 빠른 포워드를 전진배치했다.
이 묘수는 KCC의 심장을 뚫었다. 잭슨이 초스피드로 달리자 백코트가 느려진 KCC는 따라잡지 못했다. 그리고 외곽 오픈슛 찬스가 생겼다. 3차전에서 오리온은 무려 12개의 3점슛 폭죽을 쏘았다. 성공률이 무려 48%나 됐다.
오리온은 경기 초부터 스피드 농구에 ‘올인’했다. 1쿼터에서 상대 수비가 따라오지 못하자 속공과 외곽포 찬스가 났다. 애런 헤인즈가 속공으로 8점을 몰아넣었고, 이현민의 노마크 3점슛이 나오며 1쿼터를 19-15로 앞섰다.
2쿼터에서도 오리온의 3점슛이 불을 뿜었다. 허일영과 김동욱, 문태종이 사이좋게 2개씩 꽂았다. 오리온은 2쿼터에서만 3점슛 6개를 성공하며 45-28로 전반을 마쳤다. 3쿼터도 76-46으로 무려 30점을 앞섰다. 여기서 승부는 사실상 끝났다.
결국 오리온은 3차전에서 KCC를 92대 70, 22점차로 대파했다. 1차전에서 패했던 오리온은 2, 3차전을 내리 따내며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앞섰다. 잭슨은 20점, 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오리온은 잭슨을 포함해 문태종(12점), 김동욱(13점), 장재석(12점), 헤인즈(12점) 등 무려 5명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추일승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스피드에서 앞섰다. 홈이라 선수들 감각도 좋았다”며 “잭슨이 잘했다. 4차전도 홈에서 한다. 방심하지 않고 수비위주로 하면서 스피드로 밀어 붙이겠다”고 말했다. 패장 KCC 추승균 감독은 “선수들이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다. 슈터들도 그렇고 조 잭슨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 그걸 좀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4차전은 25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고양=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스피드 올인’ 추일승 감독 묘수 빛났다
입력 2016-03-24 0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