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과학연구소가 나노기술을 활용해 첨단 액체 방탄복을 개발했지만 국방부가 조달계획까지 세웠다가 갑자기 전면 철회하고 일반 방탄복을 지급했다. 장성 출신 공무원 등이 아내의 위장취업 및 본인의 재취업 보장 로비를 받고 벌인 짓으로 23일 감사원 감사결과 밝혀졌다.
연구소는 2007년 평소에는 액체 상태로 있다가 탄환이 박히면 급속히 응집해 신체를 보호하는 나노입자 액체 방탄복 개발에 착수했다. 전차·군함·벙커 관통을 목적으로 보급된 북한의 철갑탄에 대응해야 한다는 전력 분석에 따른 것이다. 연구소는 순수 국내 기술로 100% 국산화에 성공했다. 국방부는 2012년부터 전군에 보급하기로 했다.
그런데 2011년 말 계획이 전면 백지화됐다. 육군 소장 출신으로 당시 국방부 1급 공무원이었던 A씨가 업체의 로비를 받은 탓이다. 그 대가로 A씨의 아내는 해당 업체 계열사에 위장 취업돼 2014년 3∼11월 모두 3900여만원을 받았다.
‘검은 거래’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육군 영관급 장교 B씨는 방탄복 성능 기준 등을 업체에 유출하고 5100만원을 수수했다. 퇴직 후에는 이 업체 이사로 재취업했다.
육군사관학교 화랑대연구소도 이 업체에 방탄복 시험 시설과 장비 등을 사전 무단 제공했다. 육사 교수 C씨는 2009년 탄약 534발을 무단 반출해 이 업체에 제공했고, 37건의 허위 방탄시험 성적서를 발급해준 대가로 1억1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 전역 후 이 업체 연구소장에도 취임했다.
이 회사는 2008∼2014년 예비역 군인을 무려 29명이나 채용하면서 유착 관계를 조성했다. 결국 A씨는 이 업체에 사실상 30만8000여벌의 일반 방탄복 독점공급권(2700억원)을 부여했다. 현재 3만5000여벌이 해외 파병부대 등에 지급됐다. 감사원 실험 결과 이 방탄복은 철갑탄이 손쉽게 관통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소가 개발한 액체 방탄복은 벌당 82만원으로 현재 납품 중인 방탄복(벌당 84만원)보다 오히려 더 싸다. 국방부 관계자는 “관련 업체를 방위사업관리규정에 따라 부정당업자로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업체 투자 연구개발확인서 발급을 취소하는 것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나노기술 적용 첨단 ‘액체 방탄복’ 개발해 놓고… 北 철갑탄 뚫리는 방탄복 ‘특혜 납품’
입력 2016-03-23 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