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뤼셀 테러의 여파가 미국 대선을 덮쳤다. 덴버 공항터미널에서는 승객들이 일시 대피하는 소동을 빚는 등 미국 주요 도시의 공항과 철도 등에 대한 치안이 강화된 가운데 테러 공포 확산과 대책 마련이 대선 쟁점으로 부상했다.
공화당의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는 22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상황이 파악될 때까지 국경을 폐쇄할 것”이라며 “잠재적 테러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면 물고문도 좋다”고 주장했다. 파리 테러 이후 이슬람교도 전면 입국금지 발언으로 국제적 물의를 빚은 트럼프가 이보다 수위가 높은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이에 민주당 선두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경을 폐쇄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클린턴은 트럼프의 물고문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의 가치에 맞게 일을 해야 한다”면서 “그의 발언은 테러리스트를 공개모집하는 포스터와 같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미국 내 이슬람 사회에 대한 순찰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루즈는 성명을 내고 “극단적 이슬람 테러리즘이 이 나라에서 심각하게 커지는 위협인데도 오바마 행정부는 이를 인정하기를 거부하고 있다”며 “(미국 내) 이슬람 사회가 극단화되기 전에 공권력의 순찰과 치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슬람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이브라힘 후퍼 미·이슬람관계협의회 대변인은 “특정 종교를 대상으로 공권력의 감시 강화를 주장하는 대선 후보가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유권자들이 이런 후보는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날 실시된 민주당 경선에서 클린턴은 애리조나에서 승리했지만 유타와 아이다호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게 덜미를 잡혔다. 이로써 클린턴이 확보한 대의원은 1681명이며 샌더스가 확보한 대의원은 925명이다.
공화당 경선에서는 트럼프와 크루즈가 각각 애리조나와 유타에서 승리를 나눠 가졌다. 확보한 대의원은 트럼프 739명, 크루즈 425명이다.
한편 공화당 경선 레이스를 중도 포기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크루즈는 일관성 있고 원칙 있는 보수”라며 지지선언을 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한때 강력한 대선주자였던 젭 부시의 지지로 크루즈가 트럼프의 대항마로 부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관련기사 보기]
트럼프 “테러범 물고문해야”… 벨기에 테러 언급하며 국경폐쇄·고문수사 주장
입력 2016-03-23 2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