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4·13 국회의원 선거 직후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본격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가뜩이나 교육부와 진보교육감들이 사사건건 충돌하는 상황에서 교육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교육감 직선제 폐지 다시 수면 위로=새누리당 이근우 교육 수석전문위원은 23일 “당에서 교육감 직선제가 끼치는 악영향이 심대하다고 본다”며 “(교육감 직선제 폐지) 공감대는 오래전부터 있었고 의지가 대단히 강하다. 선거가 끝나면 당론으로 추진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교육감 직선제 폐지는 새누리당의 총선 공약집에도 담겼다. 지난 21일 발간된 정책 공약집 ‘앞으로! 하나로! 함께 누리는 미래로!’ 225쪽에는 “교육감 직선제를 개혁하여 교육의 자주성을 세우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예고했다. 교육감 직선제 폐지는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 교육감이 8명이나 당선됐을 때와 지난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인 500만원을 선고받았을 때 여당 내부에서 잠시 불거진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총선 공약에 담기면서 탄력받게 됐다.
새누리당은 공약집에서 과도한 선거비용, 교육감과 자치단체장과의 갈등, 이념적 성향에 따른 국가정책과 부조화, 선거법 위반 등 직선제의 폐해를 나열했다. 이어 “대안으로 공동등록형 주민직선제, 러닝메이트 등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며 “총선 직후(2016년 4월) 전문가를 중심으로 당 차원의 교육감 선거제도 개혁 태스크포스를 구성, 대안 검토 및 교육감 직선제 개혁안을 도출한다”고 밝혔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라” 움츠러드는 교육 현장=새누리당이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본격 추진하는 다음 달 중하순부터 정부·여당과 진보진영 사이의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비슷한 시기에 잠시 봉합됐던 누리과정 예산 갈등도 다시 불거지게 된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 따르면 다음 달 경기·경남·제주의 어린이집, 광주의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이 바닥나고, 5월에는 경기의 유치원, 광주·인천·세종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이 떨어지게 된다. 국정 역사 교과서 문제, 전교조 법외노조 후속조치 등을 놓고도 진보교육감들과 교육부는 계속 대립하는 중이다.
학교 현장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양측의 충돌로 혼선을 빚는 것을 넘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도 있었다. 2014년 시작돼 지난해까지 이어졌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취소 논란이 대표적이다. 자사고를 없애려는 교육감과 이를 제지하는 교육부가 정면충돌하면서 자사고 재학생은 물론 자사고 입학을 준비하는 학생들까지 혼란을 겪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고교 교장은 “정부와 교육감의 생각이 다르면 현장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책임지고 학교를 이끌어나가기 어렵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도경 전수민 기자 yido@kmib.co.kr
여당發 교육감 직선제 폐지론… 또 전운
입력 2016-03-23 2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