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아인(사진)은 SBS ‘육룡이 나르샤’에서 새로운 이방원을 창조해냈다. 강하기만 한 조선 3대 왕 태종이 아니라 꿈꾸고 방황하고 고뇌하는 이방원이었다. 유아인이 연기해 낸 이방원은 시청자들을 열광케 했다. 종영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유아인이 23일 서울 용산구 디뮤지엄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소회를 밝혔다.
유아인은 여느 사극에서와 다른 이방원을 그려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10대의 모습과 신념을 고집하는 20대의 모습을 유아인은 설득력 있게 표현해냈다. 그래서 스승과 동생을 죽인 이방원을 ‘미화했다’거나 ‘역사적 기록과 다르다’는 식의 비판도 나왔다.
유아인도 이런 반응을 예상하고 조심스러웠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분명했다. “저는 이방원이라는 인물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정답’을 보여주려고 한 게 아니었어요. 다른 면의 이방원을, 제가 이해한대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
이방원은 롤 모델 정도전을 만나고, 신념을 갖게 되고, 정도전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또 다른 생각을 품으면서 방황하고 고뇌했다. 다채로운 모습이 보여졌다. 그런 이방원을 연기하면서 유아인도 성장했다. 시간이 흐른 뒤 ‘돌아보니 달라졌구나’하는 게 아니라 드라마를 찍으면서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몰입하고 최선을 다했다는 뜻일 테다.
“‘육룡이 나르샤’를 하면서 저에게 스스로 준 미션은 긴 흐름 안에서 변화를 그려내자는 거였어요. 목소리, 톤, 몸의 움직임, 표정…나이 대에 따라 변화를 주려고 애썼어요. 얼마나 보여졌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는 “나이가 드는 모습을 반드시 성장과 연결시킬 수는 없다”고 했다. 이방원은 순수함을 잃고 잔혹해지고 고독해졌다. 두 스승(정몽주, 정도전)과 동생(방석)을 살해할 때는 혼란스럽고 연약한 모습을 담아내려고 했다. 선죽교에서 정몽주가 쓰러질 때 유아인은 눈물을 흘렸고, 정도전이 죽은 뒤에는 숨죽여 떨었다.
“방원이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다가 대본엔 없었지만 눈물을 흘렸어요. 정도전을 죽이고 난 뒤에는 슬픔을 삼키는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고요.”
영화 ‘베테랑’의 조태오, ‘사도’의 사도제사,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의 이방원까지 최근 1년 동안 유아인은 선 굵은 배역을 연기했다. 선뜻 선택하기 힘든 캐릭터들을 잇달아 보여줬다. 일부러 센 캐릭터만 고르려고 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배우로서 그가 추구하는 본질에 집중하려다보니 자연스럽게 나온 선택이라는 것이다.
“저는 제가 창조하는 사람(크리에이터)라고 생각해요. 배우로서는 인물을 창조하고, 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데 이바지하는 사람이고요. 제가 해석하고 포착한 세상을 제 방식대로 표현하려고 해요.”
올해 서른이 된 유아인은 입대를 앞두고 있다. 입대 시기가 정확히 정해진 것은 없지만 어느 때보다 활약을 하던 중 공백을 맞게 됐다. “화려할 때 떠나는 게 전 더 좋은 것 같아요. 합리적이고 합법적으로 제가 해야 할 일을 해야죠. 덤덤합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육룡이 나르샤’의 배우 유아인 “꿈꾸고 고뇌한 인간 이방원, 내가 이해한 그대로 표현한 것”
입력 2016-03-23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