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대표 파동이 남긴 것은… 김종인, 군기 잡았지만 당 지지율 잃었다

입력 2016-03-23 22:01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23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당 잔류 의사를 밝힌 뒤 방을 나서고 있다. 김 대표는 당 중앙위 과정에서 소란한 모습을 보였다며 국민에게 죄송하다고도 밝혔다. 구성찬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3박4일간의 힘겨루기를 끝내고 ‘대표직 유지’ 의사를 밝히면서 더욱 공고한 리더십을 확보하게 됐다. 그러나 선거 현장에서는 비례대표 공천 잡음이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金 “당 정체성 고치겠다”=김 대표는 이번 파동을 통해 당분간 당내 제1의 권력자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김 대표의 서울 종로구 자택을 직접 찾아 김 대표를 국회로 ‘모시고’ 왔다. 전날 밤 비대위원들이 김 대표 자택을 방문해 일괄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원내 사령탑까지 극진한 예우를 갖춘 것이다. 김 대표는 비대위원들은 물론 문재인 전 대표의 전폭적인 지지까지 받아냈다. 또 비대위가 자신을 비례대표 2번에 배정토록 하는 모양새를 갖춰 ‘셀프 공천’ 논란에서 한걸음 물러서게 됐다.

김 대표는 이참에 당 정체성까지 손댈 태세다. 그는 오후 기자회견에서 제1야당의 당 정체성을 뜯어고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번 중앙위원회에서 상당수 발언자들이 당 정체성을 많이 얘기했는데, 표결 결과는 말과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았다”며 일격을 가했다. 중앙위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문제 삼았지만 결국은 ‘자리싸움’만 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 당이 지금까지 내세운 정체성이 과연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변경해야겠다는 노력을 해보자는 생각을 가졌다”고도 했다. 이에 따라 총선 이후 당내 ‘노선 갈등’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대표는 비대위원들을 재신임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더 생각해보고 결정하겠다”며 유보적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총선 출정식에도 현장은 ‘불안’=김 대표는 총선 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는 24일 국회에서 출정식 형태의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기조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박근혜정부의 경제실정과 경제민주화 실패 등을 집중 부각하며 이번 총선을 ‘경제 심판론’으로 끌고 간다는 계획이다. 최근 입당한 진영 의원에게도 복지 분야와 관련한 역할을 맡기는 안도 논의 중이다.

그러나 국면전환이 가능할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유용화 정치평론가는 “이번 비례대표 공천 파동이 야권 지지자들에게는 정체성 혼란을 불러올 수 있고, 무당파와 중도 성향 지지자들에게는 권력투쟁으로 비쳐 대안세력으로 인정받기 어렵게 됐다”고 전망했다.

한 비대위원은 “문 전 대표가 사태 수습 과정에 등장하면서 호남에서 상당히 표가 떨어졌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한 초선 의원은 “김 대표의 불통 이미지만 부각된 측면이 있다”고도 했다.

반면 김 대표의 리더십 확보가 호남에서 긍정적 반응을 일으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광주시당의 한 관계자는 “호남 유권자들은 이전 당대표들의 ‘결정장애 환자’ 같은 모습에 질려 있었는데, 문 전 대표까지 서울로 끌어올린 김 대표의 ‘카리스마’가 통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전력과 비례대표 2번 배정에 대한 반감은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최승욱 고승혁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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