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후반 세계화와 중국의 부상 이후 역사학계와 경제사학계에서 “서유럽과 동아시아 사이에 경제 발전 수준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인가?”라는 질문을 놓고 많은 논쟁이 벌어졌다. 특히 유럽 중심의 역사를 비판하는 한편 극복하려는 시도들이 이루어졌는데, 이 책은 제목이기도 한 ‘대분기(大分岐)’라는 용어가 유럽 중심의 역사 해석의 대안으로 떠오를 만큼 큰 주목을 받았다.
미국 시카고대학 교수로 동아시아 역사의 거장인 저자 포메란츠는 18세기 서유럽(주로 영국)와 중국 양쯔강 삼각주 지역의 경제 발전 및 쇠퇴를 탐색, 서유럽의 패권을 결정지은 대분기의 시점은 기껏해야 1750년대 중반 정도라고 지적한다. 당시까지만 해도 영국이 중국보다 결코 우위에 있지 않았다. 생활수준과 생산관행이 비슷했던 두 지역 모두 생태적 위기에 직면해 있었지만 영국의 경우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석탄을 통해 증기기관으로 대표되는 공업혁명을 성취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폭력적이고 저렴하게 신대륙의 자원을 들여온 것도 큰 역할을 했다. 서유럽이 자본집약적 길을 걸은 반면 동아시아는 노동집약적 방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장지영 기자
[손에 잡히는 책] 중국의 패배는 언제 시작됐나
입력 2016-03-24 1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