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생태를 소재로 멋진 우정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아름드리 노송 아래 토끼와 거북이, 아니 토끼와 고슴도치가 있다. 고슴도치가 동면을 한다는 걸 아이가 안다면 처음부터 단박에 스토리가 이해된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호기심을 유발하는 전개가 재미있다. 바로 토끼도 고슴도치의 동면을 몰라 벌어진 해프닝에 관한 동화이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나뭇잎을 자꾸자꾸 덮어주는 토끼에게 고슴도치는 졸라댄다. “내가 자는 동안 넌 뭘 할 거야? 내가 죽었을 때 얘기해 줘.”
‘내가 죽었을 때’라니? 뚱딴지같은 말의 진실은 이렇다. 어느 추운 겨울날, 토끼는 덤불 속에서 죽어있는 동물을 발견했다. 모든 동물은 제대로 된 장례식을 치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 토끼는 그 동물을 힘겹게 끌고 가 무덤을 만들어줬다. 바로 지금의 그 나무 아래다. 그런데 해질 녘에 죽은 줄 알았던 동물은 깨어났다. 놀란 토끼는 도망가다 기절했다. 실은 죽은 척한 것이지만.
그렇게 해서 토끼와 고슴도치는 친구가 됐다. 서로에게 벌레 먹는 법을 배우고 나비를 놀려주고 물에 비친 달을 함께 구경하는 등 여름 내내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었다.
어느 새 날씨는 추워졌다. 고슴도치는 다시 졸리기 시작했다. 이제 고슴도치가 자야할 시간이 돌아왔다. 고슴도치는 하품을 하며 점점 더 깊숙이 나뭇잎 속으로 들어가며 다시 묻는다.
“내가 잠든 긴 겨울 동안에 넌 뭐 할 거야?” “온갖 걸 하겠지?” “그럼, 넌 여기 앉아 내가 잠에서 깨기를 기다리지 않겠네?”
자신이 깰 때 토끼가 옆에 있어주기를 바라는 고슴도치의 간절한 바람에 마음이 시큰거린다. 그래서일까. 마침내 고슴도치는 잠이 들었는데, 그 옆 나무등걸에 토끼가 온 몸에 눈이 잔뜩 쌓여 눈사람처럼 앉아있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끝이 난다. 마지막 장면에 누구라도 코끝이 찡해질 것 같다. 북유럽 특유의 감성과 철학적인 생각이 담긴 스웨덴 그림책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어린이 책-내가 잠든 동안 넌 뭐 할 거야?] 네가 눈떴을 때 여기 앉아있을게
입력 2016-03-24 1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