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다양성’을 내걸고 편견과 차별 없는 공간 만들기에 나섰다. 성별과 국적, 신체·경제·사회적 조건에 따른 차별을 없애자며 ‘다양성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대학에서 총장 직속으로 이런 기구를 만들기는 처음이다.
서울대의 ‘실험’은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미 우리 사회 구성원은 외국인, 다문화 가족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별하는 그릇된 시선이나 여성에게 인색한 문화도 바뀌고 있다.
다양성위는 23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영원홀에서 ‘왜 다양성인가’라는 주제로 창립 기념포럼을 열고 다양성에 대한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조 강연자로 나선 미국 하버드대 다양성담당 부총장 주디 싱어 교수는 “다양성을 갖춘 그룹은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세계는 양성 평등의 시대로 변하고 있다. 서울대도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장애인, 외국인 등 이른바 소수자 집단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이어 한인섭 인권센터 소장, 이준호 자연대 교무부학장, 조승아 국제협력본부 부본부장, 임혜란 여성연구소장, 김보미 총학생회장이 토론을 가졌다. 한 소장은 “다양성 증진의 출발은 편견과 차별 없는 학교 만들기”라며 “학생 선발과 장학금 지원 등 실질적 교육 기회의 평등을 추구하기 위해 다양성 증진이라는 관점에서 정책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학생회장은 “학내에는 직책과 상황, 처지에 따라 수없이 많은 소수자 집단이 있다”며 “이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공간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양성위의 첫발은 여교수회의 제안이었다. 여교수들은 대학 공간에서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받아들여 서울대는 지난해 7월 다양성위 설립 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다양성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으로 서울대 교수 2075명 중 여교수는 302명(14.6%)에 그쳤다. 국내 사립대 평균(24.6%)보다 한참 밑돈다. 정부가 권하는 여교수 비율(20%)에도 못 미친다.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의 여교수 비중은 각각 28%, 27%에 달한다.
다양성위는 교무처장, 학생처장 등 주요 보직 교수와 학생, 직원, 외국인, 외부위원 등 15명으로 구성됐다. 교원 임용·승진, 입학 전형과 장학금 수혜, 인권, 직원 채용과 업무 평가, 배치 등 광범위한 분야를 대상으로 정책검증을 벌이기로 했다. 다양성 환경에 대한 연구조사, 구성원을 상대로 한 교육·홍보도 진행한다. 3∼5년 주기로 다양성 존중 문화와 인식, 차별 경험, 일·가정 양립 이슈, 학교 다양성 증진 노력에 대한 평가 등도 조사키로 했다.
노정혜 다양성위원장은 “양성 평등, 외국인 학생의 학습권 등 학내 다양성을 증진시켜 건강한 발전을 일으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여성·장애인·외국인… 소수에 귀 기울이는 서울대
입력 2016-03-24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