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되는 동네책방 … 변해야 산다

입력 2016-03-23 22:08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동네서점 ‘북티크’에서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책을 읽거나 독서 모임을 갖고 있다. 북티크 제공

강남에 동네서점이 둥지를 튼 건 20년 만에 처음이었다. 2014년 12월 서울 강남구의 건물 지하 1층에 서점이 들어섰다. 책(book)과 부티크(boutique) 단어를 합쳐 만든 서점 ‘북티크’는 이름만큼 개성이 강하다. 일요일인 지난 20일 서점에서는 ‘벚꽃 리딩’이라는 이름의 독서 모임이 한창이었다. 회원 12명이 각자 읽고 싶은 책을 가져와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다. 간간이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북티크에서는 이런 모임 13개가 매일 운영되고 있다.

이인현(29)씨는 일주일에 한번씩 서울 종로구 ‘이음 책방’에 들른다. 책을 보려는 이유도 있지만 그는 “따뜻한 느낌이 좋아서” 서점을 찾는다고 했다. 이씨는 지난해 5∼12월 서점에서 독립 다큐멘터리 상영을 8번이나 주선했다. 서점에 온 손님들도 다큐멘터리를 보고 이야기를 나눴다. 인근에서 연극을 하는 배우들은 가끔 이음 책방에서 즉흥연극을 한다. 이씨는 “예전 마을 공동체의 역할을 서점이 하는 것 같다. 아늑한 아지트에 온 기분”이라며 “맘 놓고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곳이 주변에 있다는 게 좋다”고 말했다.

동네서점이 변하고 있다. 낡고 칙칙한 ‘골방’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20, 30대를 겨냥한 인테리어로 눈길을 사로잡고 먹을거리를 함께 판다. 독서, 영화 상영 등 모임을 열어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기도 한다. 동네서점의 활로 찾기에 호응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독서인구가 해마다 줄고 있는 상황에서 서점들이 내세우는 ‘생존 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지난 10일 발표한 ‘출판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매출실적이 있는 오프라인 서점은 2014년을 기준으로 1756개다. 지난해2354개에 비해 25.4% 줄어든 수치다. 독서인구가 줄어드는 추세도 계속되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5년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서적 구입비는 1만6623원으로 전년도 1만8154원보다 8.4% 줄었다. 한 달에 겨우 책 한 권 정도만 사 본다는 얘기다. 가구당 월평균 서적 구입비는 2011년 이후 5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동네 서점을 여는 데는 이유가 있다. 북티크 박종원 대표는 출판사나 대형 서점은 할 수 없는 일을 동네 서점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독자들이 서로 소통하게끔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게 서점의 할 일”이라며 “서점이 사람들 간 소통의 장을 만들면 장기적으로는 독자층의 저변을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오디너리북샵’은 동네 작은 가게들과 함께 작은 시장을 열거나 다문화축제에 참여한다. 지난해에는 독립출판물을 만드는 모임을 주최해 전시회를 열었다.

서점이 생기는 건 반갑지만 서울 마포구나 용산구 등 특정 지역에 몰려 아쉽다는 목소리도 있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장모(30)씨는 모임을 할 만한 동네서점을 찾지 못해 직접 독서 모임을 꾸렸다. 장씨는 “홍대처럼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에 서점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어 마음먹고 찾아가지 않는 이상 자주 들르기 어렵다”고 했다. 동네서점의 위치를 지도에 표시해 공유하는 퍼니플랜 남창우 대표는 “대형서점은 곳곳에 있지만 지역 커뮤니티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서점은 아직까지 찾아보기 쉽지 않다”며 “20대 중반∼30대 초반 여성들이 문화 소비를 활발히 하기 때문에 그들이 자주 찾는 장소에 서점이 집중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