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뤼셀에서 22일(현지시간) 연쇄 폭탄테러가 발생한 이후 CCTV에 찍힌 범인을 검거하기 위한 수색작업이 벨기에 전역에서 대대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아울러 유럽 각국에 대한 추가 테러 가능성이 커지면서 서유럽 국가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벨기에 경찰은 브뤼셀 자벤템 국제공항 연쇄 폭탄테러 용의자 3명의 사진을 담은 수배 전단을 배포했다. 범인들이 공항 출국장에서 카트에 여행용 가방을 싣고 걸어가는 모습이다. 이 중 검은 옷을 입은 2명은 테러 현장에서 숨졌으며, 나머지 한 명은 도주했다. 자폭테러를 감행한 2명은 모두 왼손에 검은 장갑을 끼고 있다. 경찰은 기폭장치를 감추기 위해 장갑을 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벨기에 검찰은 자폭범 가운데 1명은 이브라힘 엘 바크라우이(29)라고 발표했다. 그는 같은 날 브뤼셀 말베이크 지하철역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일으킨 칼리드 엘 바크라우이(27)의 형으로 확인됐다. 이들 형제 테러범은 브뤼셀 출신으로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에 연루돼 경찰의 추적을 받았다. 이들은 파리 테러팀에 은신처와 무기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른 한 명의 자폭범과 도주한 용의자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 도주한 용의자는 테러 직전 공항에서 총을 쏜 인물로 추정된다. 벨기에 검찰은 “도주한 용의자가 공항에 가장 큰 폭탄을 설치했고 나중에 터지기도 했지만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지에서는 이 남성이 지난해 11월 파리테러 용의자 중 한 명으로 폭탄제조 전문가인 나짐 라크라위(24)일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들 3명을 공항까지 태운 택시기사로부터 아파트 주소를 알아내 현장을 급습했다. 시내 스하르베이크에 있는 아파트에서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깃발과 폭약, 화학물질, 못폭탄 등이 발견됐다. 현지 일간 HLN은 “택시기사는 범인들이 여행 가방이 너무 많아 다 실을 수 없자 가방 일부를 집에 남겨뒀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아파트 인근 쓰레기장에서는 공항 테러범 바크라우이의 유언이 담긴 컴퓨터도 발견됐다. 유언에는 “점점 더 불안해지고 있고, 감옥에 가게 될까 두렵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자폭범이 사용한 폭탄 성분이 파리테러 때 사용된 폭탄과 동일한 트라이아세톤 트라이페록사이드(TATP)라고 보도했다. ‘사탄의 어머니’라는 별칭의 TATP는 IS가 자주 사용하는 폭탄으로 이번 브뤼셀 테러범들의 아파트에서도 15㎏이 발견됐다.
유럽에서는 추가 테러 가능성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미 정부는 자국민에게 “테러 단체가 조만간 유럽 전역에서 테러를 일으키는 계획을 세웠다”면서 “경기장과 관광 명소, 식당 및 대중교통 시설을 피하라”고 당부했다. 유럽 각국은 ‘소프트 타깃’(민간인 대상 무차별 테러)이 될 만한 곳에 경비 병력을 집중 배치했다. 유럽연합(EU)은 브뤼셀 테러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장관급 회의를 이르면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키로 했다.
한편 테러 당시 이마에 피를 흘리며 넋을 잃고 앉아 있던 여성(국민일보 23일자 1면 사진)은 인도 제트항공 소속 스튜어디스 니디 차페카르로 확인됐다고 영국 미러가 보도했다. 테러 현장의 처참함을 생생히 보여준 그녀의 사진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필립 벨기에 국왕 및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에게 각각 위로전을 보내 위로의 뜻을 전했다. 우리 정부는 국가정보원 주관으로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공항, 지하철 등 테러 취약시설에 대한 안전대책을 강화키로 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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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23 21:54 수정 2016-03-24 0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