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농구] 에밋 vs 잭슨, 이번엔 누가 흥분할까

입력 2016-03-23 20:49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승1패인 전주 KCC와 고양 오리온이 3차전에서 똑같은 작전을 내걸고 있다. 서로 상대 팀 최고 ‘용병’인 조 잭슨과 안드레 에밋을 흥분시켜 평정심을 잃게 만들라는 것이다.

오리온의 잭슨은 뛰어난 개인기를 자랑한다. 폭발적인 스피드로 코트를 종횡무진 누빈다. 180㎝ 단신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탄력으로 덩크슛을 꽂으며 팀의 활력소 역할도 잘 한다. 그런데 큰 단점 하나가 있다. 바로 다혈질 성격이다.

KCC는 2번의 대결에서도 잭슨 흥분 작전을 구사했다. 그 선봉에는 전태풍이 섰다. 전태풍은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 때부터 “내가 대학생 때 초등학생이던 꼬마”라며 “잭슨의 뚜껑이 열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선 2쿼터 후반 ‘트래시 토크(trash talk·경기 중 상대를 조롱하는 말)’로 잭슨의 신경을 제대로 건드렸다. 평정심을 잃은 잭슨은 상대 코트를 향해 격렬한 몸짓으로 불만을 표출했고, 자유투 2개를 모두 놓쳤다.

그러자 오리온 벤치는 잭슨 흥분 가라앉히기에 ‘올인’ 했다. 게임이 끝난 뒤 추일승 감독은 “애도 아니고 매일 혼난다. 본인이 넘어야 할 과제”라며 “전반이 끝나고 잭슨에게 흥분을 가라앉히라고 찬물을 줬다”고 했다.

찬물 영향 때문이었을까. 잭슨은 3쿼터에 달라졌다. 오리온의 속공을 주도했고 3연속 3점슛으로 KCC를 물리치는 데 앞장섰다. 4쿼터엔 자신보다 10㎝ 이상 큰 상대의 얼굴 위로 강렬한 덩크슛에 꽂으며 KCC 기를 꺾었다. 결국 오리온은 챔피언결정전 승부를 1승1패로 만들었다.

이와 반대로 오리온은 KCC 안드레 에밋 흥분시키기 작전을 구사한다. 에밋은 현란한 개인기에 승부처 득점 집중력이 뛰어안 에밋은 1차전에 25점을 올리며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오리온은 2차전에선 드디어 이 작전을 들고 나왔다. 물량공세로 에밋을 흥분시킨 것이다. 오리온 추 감독은 김동욱과 장재석, 최진수가 번갈아가며 거칠게 에밋을 막도록 했다. 파울까지 불사하며 에밋이 아예 공을 못 잡게 했다. 평정심을 잃은 그는 경기 내내 짜증을 냈고, 득점도 14점에 그쳤다.

핵심 선수가 흥분하자 하승진 김태술 등 다른 선수들도 함께 부진에 시달렸다. 결국 KCC는 2차전에서 71대 99, 28점차 대패를 당했다. KCC 추승균 감독은 “에밋이 상대의 반칙성 수비에 민감했던 것 같다”면서 “여태까지 잘해왔기 때문에 계속해서 에밋을 믿을 것”이라고 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