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오픈 이노베이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폐쇄적 방식으로는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미국 버클리대 헨리 체스브로 교수가 2003년 제시한 개념으로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외부에서도 수용해 내부 자원과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4일 경기도 수원 본사에서 ‘스타트업 삼성 컬처 혁신 선포식’을 연다. 조직문화를 스타트업처럼 바꿔 혁신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삼성전자는 애플 등 실리콘밸리 기업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며 ‘혁신 DNA’가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다. 과거와 같은 일사불란한 상명하복 조직 구조에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꽃을 피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변신은 30만 임직원이 이용하는 사내 인트라넷 ‘모자이크’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모자이크는 임직원의 의견을 가감 없이 전하는 집단지성 플랫폼을 지향한다. 회사가 내놓는 신제품에 대한 비판, 조직 운영에 대한 의견 등이 개진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23일 “모자이크를 통해 임직원들이 조직문화 혁신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임직원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연결하는 C랩도 2013년부터 운영 중이다. C랩 우수 과제로 선정되면 스타트업 창업 지원까지 한다. 이미 3개 기업이 스타트업으로 출범해 올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6에서 제품 전시를 했다.
LG전자는 스마트폰 G5 출시를 앞두고 외부 개발자를 대상으로 하는 ‘G5와 프렌즈 개발자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프렌즈는 G5와 연결하는 주변기기다. LG전자는 외부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자체 모바일 생태계를 형성하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가전업체인 LG전자가 하드웨어 개발을 외부와 공유한다는 것은 신선한 시도로 평가된다. 도움이 되는 외부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수용할 수 있다면 기존 업무 관행까지 바꾸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외부 개발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G5 성공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중소기업과 협력해 스마트폰 주변기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하도급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해당 기업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완성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제품이 나오면 SK텔레콤의 유통망을 통해 판매한다. SK텔레콤은 중소기업과 협업해 만든 제품을 ‘라이프웨어’라고 분류하고 ‘UO’라는 브랜드를 붙였다. UO스마트빔, UO펫핏, UO링키지 등이 시장에 나와 있다. 지난 2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에서 주목받았던 점자 스마트워치도 SK텔레콤의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 ‘닷’이 만들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소통이 경쟁력… ‘오픈 이노베이션’ 본격화
입력 2016-03-23 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