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부모가족에 대한 사회적 지지망 구축 나서야

입력 2016-03-23 17:40
한부모가족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곤궁해져 그들이 겪는 생계와 양육의 이중고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전국 한부모가족 2552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해 22일 발표한 ‘2015 한부모가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저소득 한부모가족은 41.5%였다. 첫 실태조사를 했던 2012년(30.4%)보다 11.1% 포인트 증가했다. 이들의 절반(48.3%)은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지만, 월평균 소득은 189만6000원으로 전체 가구의 월평균 가처분소득 390만원의 48.7%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더 힘겨워지긴 마찬가지지만, 한부모가족이 상대적으로 더 곤궁해진 셈이다.

자녀를 키우는 부담은 같은데 혼자서 감당하니까 힘이 더 들 수밖에 없다. 소득은 전체가구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고, 근로시간은 더 길다 보니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 한부모가족 초등생 자녀의 54.4%가 평일 방과 후 어른 없이 홀로 시간을 보내는 ‘돌봄 공백’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부모의 우울증 경험 비율은 20.2%로 일반인에 비해 두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부모뿐 아니라 자녀들의 건강과 교육도 우려스럽다. 실제로 학대 피해아동 세 명 가운데 한 명이 한부모가족에서 나오고 있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나선다는 말이 있다. 한부모가족의 곤경에 정부는 물론 사회 전체가 다 같이 책임을 느껴야 한다. 핀란드에서 무료인 어린이집에 딸을 맡기고 공공건물 청소일을 하는 싱글맘이 TV 카메라 앞에서 “이웃과 정부가 우리 약자들에게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니 장래에 대한 불안이 없다”고 말하는 게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하다고 포기해선 안 된다. 우리나라도 가족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가구원 수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한부모가족에 대한 생계비·양육비 및 주거지원, 아이돌봄서비스 등 사회적 지지망 구축은 이제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추진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