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역 인근 쪽방촌이 몰려있는 용산구 동자동 모리아교회(윤요셉 목사) 앞. 초록색 조끼를 입은 남녀 20여명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일회용 그릇에 삶은 면을 담는 이가 있었고 그 위에 국자로 자장을 떠넣는 이가 있었다. 어떤 이는 단무지와 나무젓가락을 꽂아 쟁반에 올렸다. 그러면 서빙을 맡은 이들이 모리아교회 예배당과 인근 공원에 있는 노숙인, 쪽방촌 사람들에게 자장면을 날랐다.
한쪽에서 면을 삶고 있던 김중교(45) 은혜짜장면선교단장이 “오늘은 식당 운영하시는 분들이 오셨나 봐요. 손놀림이 장난이 아닙니다”라고 말하자 다들 허리를 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날 자장면을 만들고 서빙한 이들은 서울 영락교회(이철신 목사) 사회봉사부 성도들이다. 이들은 자장면 1500 그릇의 비용도 후원했다.
영락교회는 1997년 전후 서울역 인근에 노숙인이 몰려들 때부터 이들을 도왔다. 먹을 것을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고 이들을 위한 음악회 등 자선행사를 지속적으로 열었다. 초기에는 노숙인 20여명을 교회에 채용하기도 했다. 또 오랫동안 서울 등대교회(김양옥 목사)와 신생교회(김원일 목사)를 후원하며 매주 식사 봉사를 하고 있다. 26일에는 서울 열방교회(이형춘 목사) 화장실 2곳, 샤워장, 세면대를 보수 공사하고 생활용품 300여 세트를 노숙인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모리아교회 윤요셉 목사는 “노숙인이 교회에 올 수 있도록 매달 한 차례 자장면 봉사를 하고 있다”며 “오늘 후원해주신 영락교회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영락교회, 서울역 노숙인에게 ‘사랑의 자장면’
입력 2016-03-23 19:56 수정 2016-03-28 2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