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오늘도 성령 충만한 가운데 지혜와 명철을 주셔서 바른 판단을 하게 하시고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말과 행동으로 주님께 영광 돌리게 하옵소서.”
새벽 5시 전동휠체어를 타고 새벽예배를 드리기 위해 교회로 향하는 내 입술에서 나지막한 기도가 흘러나온다. 오늘 하루, 주님은 또 무슨 일들을 내게 맡기시고 이루게 하실까. 마음이 설레고 또 기대가 된다.
죽음의 문턱에서 나를 살리시고 모진 고통과 가시밭길을 걷게 하신 주님이셨다. 그리고 그 시련의 나날 속에서 그나마 놓지 않은 한 가닥 끈이 있었다. 그것은 주님을 향한 믿음이었다. 그리고 그 끈은 기도로 이어지며 오늘의 장애인근로사업장 ‘에덴하우스’와 중증장애인 사업장 ‘형원’ 등 11개 시설, 496명의 직원을 수용한 사회복지법인 에덴복지재단을 이루게 하셨다.
또 지난해 하나님으로부터 엄청난 비전을 새롭게 받아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것은 중증장애인의 고용을 대폭 확대해 평생직장으로 만들어 주자는 ‘행복공장만들기 운동본부’를 발족한 것이다. 세상에서 소외되고 보살핌과 시혜의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이 땅의 250만 중증장애인들에게 땀 흘려 일하는 노동현장을 제공함으로써 그 삶이 역동적이고 풍요롭게 바뀔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중증장애인으로서 겪어야 했던 숱한 아픔과 고통들을 이제는 더 이상 겪지 않길 계속 기도하고 있다.
내 삶은 ‘엄청난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평범한 운동선수로 지내다 코치나 체육대학 교수를 지낸 뒤 은퇴해 조용히 노후를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 만 70세지만 내 의식과 생각은 젊고 생기가 넘친다. 의욕과 투지에 불타고 있어 정상인보다 더 많은 스케줄과 강연, 업무를 소화해내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주님이 주시는 힘이요, 은혜요, 능력이 아닐 수 없다.
한때 하나님이 살아계시느냐고 원망하고 하늘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었던 나였다. 참으로 부끄러운 나의 모습으로 기억되지만 하나님은 살아계시고 지금도 우리의 생사화복을 주장하시며 역사하신다.
이 놀라운 진리와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기까지 나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그리고 그 혼돈의 시간을 여러분과 함께 나눔으로 좋으신 하나님을 믿는 크리스천의 삶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를 확인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서울 보문동에서 운수업을 하던 부유한 집안의 막내로 태어난 나는 동네에서 유명한 개구쟁이였다. 사고를 쳐도 막내라 쉽게 용서받아서인지 뭐든 내 맘대로였고 취미는 운동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육상 종목부터 구기, 투기 종목까지 못하는 게 없었다.
중학교 입학 당시 큰 형이 경동고 유도선수였다. 그 모습이 너무나 멋있어 동대문체육관에서 유도를 배우기 시작했다. 동대문체육관은 대한체육회장이던 민관식씨가 유능한 선수 양성을 위해 운영하던 곳이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유도는 아무리 연습해도 질리지 않았다. 나는 매력적인 유도에 한없이 빠져들었고 운동신경이 발달하고 체력이 좋아 유도 유망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정덕환 회장 약력=1946년 서울 출생, 1972년 연세대 재학 중 사고로 전신마비지체장애 1급 판정, 1983년 에덴복지원 설립, 현 에덴복지재단 이사장, 에덴선교회 회장,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 회장, 행복공장만들기 운동본부 회장, 에덴선교교회 장로.
[역경의 열매] 정덕환 <1> “장애인 평생일터 만들라는 비전 주신 하나님”
입력 2016-03-23 17:51 수정 2016-03-23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