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맛’에 갔다가 ‘쓴맛’만 본다. 저가 패키지 관광을 떠났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느낌이다. 해외로 나가는 우리나라 국민도,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듯싶다. 특히 유커(중국인 관광객)에게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아 보인다.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던 중국인 관광객이 지난해 감소했다. 지난 5월 뜻밖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인한 여파도 작용했지만 쇼핑만 강요하는 ‘싸구려 관광’을 일삼는 등 근본적인 문제가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관광지에서의 씀씀이가 커 ‘큰손’으로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국내 지방자치단체와 관광업계는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저가 관광 상품을 구성하다 보면 특성상 음식과 숙박 시설 제공 등에서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관광 프로그램은 쇼핑 위주로 짜이는 등 부실한 경우가 많다. 단체 관광의 경우 가이드에게 일정액을 ‘리베이트’로 주고, 가이드와 버스 운전기사에게는 식사와 숙박을 무료로 제공하는 비용을 제외하면 관광객들이 먹고 자는 비용은 더욱 떨어진다. 관광객이 한 끼 식대로 5000원을 부담하더라도 실제 관광객은 3000∼4000원 수준의 식사를 하게 된다는 얘기다.
실제 저가 패키지 상품으로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1박에 2만원 하는 여인숙에서 자고, 한 끼에 3000원도 안 되는 밥을 먹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질 낮은 숙박시설과 식당을 이용하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여행 일정의 주를 이루는 ‘쇼핑’이 추가된다. 저가 여행사는 한국의 정취와 특색을 느낄 수 있는 관광지를 찾기보다는 중국인 관광객만을 전문으로 하는 ‘약속된 쇼핑 상점’으로 이끈다. 이런 전문점들은 가이드에게 지급하는 리베이트 등이 판매가격에 반영돼 있어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판매점보다 가격이 높게 책정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의 시내면세점도 많게는 2곳까지 들르다 보면 저가 패키지여행은 배(관광)보다 배꼽(쇼핑)이 더 크게 된다. 결국 이러한 ‘덤핑’ 행태는 ‘관광 한국’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가이드도 문제다. 자격증을 갖고 있지 않은 가이드가 많아 관광지에 대한 설명이 엉터리인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가이드는 대부분 고정된 급여 없이 관광객의 쇼핑액수에 비례해 수당을 받는 구조에 따라 관광지에서의 관광보다는 쇼핑에 관심을 두기 때문에 물품 판매를 위해서 관광지에서도 쇼핑할 물건을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경복궁에서 조선시대 왕에 대해 설명하면서 인삼을 많이 먹어 자녀가 많다는 식이다. 이후 일정은 인삼 판매점으로 이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유커들이 한국을 외면하는 이유다.
이에 정부가 적극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여행상품을 파는 저가 전담여행사를 상시 퇴출하는 ‘삼진 아웃제’를 4월부터 도입·시행키로 했다. 한국여행업협회도 불공정 계약, 전담여행사 명의대여, 쇼핑 강요, 바가지요금, 무자격 가이드 등 각종 법령 위반 행위에 대한 신고센터를 설치해 운영하는 신고포상제를 오는 4월부터 시행키로 하는 등 동참했다. 그동안 좀처럼 개선되지 않던 저가관광 상품의 폐해가 시정될지 주목된다.
저가 여부와 상관없이 ‘관광객 유치’에만 몰두하고 있는 지자체도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저가’로 관광객은 몰리지만, 관광 한국의 이미지는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숫자에 집착하는 대신 관광콘텐츠 개발 등 질적인 측면의 성장을 위해 조급증을 버려야 할 시점이다.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내일을 열며-남호철] 관광, 양보다 질
입력 2016-03-23 1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