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한 사람은 대통령을 탄생시켰고, 한 사람은 대통령 임기를 마쳤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 아웅산 수치와 브라질 전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의 이야기다. 대통령감인 수치는 입각을 앞두고 있고, 룰라 전 대통령은 수석장관을 맡았다. 둘의 장관직 수락 배경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수치는 지난해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대통령 지명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수치는 군부가 만든 헌법 탓에 자신을 대통령으로 지명할 수 없었다. 헌법 59조는 ‘외국 국적의 가족이 있는 경우’를 대통령 결격 사유로 명시했다. 수치는 영국인과 결혼했고 두 자녀의 국적도 영국이다.
수치는 자신의 수행비서 출신인 중진 의원 틴 쩌를 민선 대통령으로 지명했다. 틴 쩌는 상·하원 합동투표에서 차기 대통령으로 뽑혔다. 그는 “투표 결과는 나의 누이 수치의 승리”라고 말했다.
틴 쩌는 수치를 포함한 장관 인선안을 마련했다. 수치는 대통령실, 외무부, 전력에너지부, 교육부 장관 후보군에 올라 있다. 수치가 장관이 되어도 미얀마의 최고 실권자임에는 틀림없다. 틴 쩌는 수치의 대리인 대통령 역할을 할 것이라고 외신은 보도했다.
룰라는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룰라는 연방정부 수석장관으로 입각했다. 연방정부 장관은 주 검·경찰의 수사나 법원의 재판을 받지 않고, 연방검찰의 수사와 연방대법원의 재판만 받기 때문이다. 한국에 방탄 국회가 있다면 브라질엔 방탄 장관이 있는 셈이다.
국민이 들고 일어났다. 멘지스 연방대법관은 ‘수석장관 임명 유예와 수사 지속’ 명령을 내렸다. 룰라 부패 의혹 사건을 담당하는 세르지우 모루 판사는 룰라의 숨통을 더욱 죄고 있다. 브라질 포청천의 활약에 거는 기대가 자못 크다.
국민을 열광시켰던 수치와 룰라. 현재 진행형인 둘의 처신이 사뭇 대조적이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
[한마당-염성덕] 수치와 룰라의 처신
입력 2016-03-23 1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