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당무 복귀… 불통 리더십 불만 확산

입력 2016-03-23 00:37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2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비대위 전체회의를 마친 뒤 국회를 나서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문재인 전 대표가 이날 오전 김 대표의 사퇴 의사 철회를 설득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김 대표 자택을 방문한 뒤 집을 나서는 모습. 이동희 구성찬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말 한마디에 제1야당이 휘청거렸다. 총선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김 대표가 사퇴를 시사하자 비대위원들은 ‘반성문’을 쓰고, 문재인 전 대표는 사실상 ‘백기투항’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김 대표의 불통 리더십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金측, “이번에 밀리면 끝난다”=김 대표는 22일 대표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지도부 흔들기’를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김 대표는 전날 비대위가 자신의 비례대표 순번을 14번으로 조정하는 중재안을 마련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측근에게 사퇴 의사를 전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어제 저녁까지 그런(사퇴) 말씀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지난 1월 취임 이후 김 대표는 공천혁신안을 수정하고 비례대표 추천권 등 비대위의 권한을 강화하는 과정에서도 당내 저항을 겪지 않았다. 하지만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주류 진영의 조직적인 저항에 비대위의 비례대표 공천안이 무산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게다가 “비례대표 5선으로 기네스 기록을 세우려는 것이냐”는 등의 감정적인 비판도 쏟아졌다.

이 같은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여긴 김 대표는 결국 당무 거부와 사퇴 시사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정권교체를 위해서라도 이번에 밀리면 끝난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친노(친노무현)나 운동권에 주도권을 넘겨주면 당이 더 이상 변화된 모습을 유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그룹별 투표’로 중앙위원회 논란을 촉발해 놓고 자신의 비례대표 순위를 조정해 비난 여론을 돌리려 했던 비대위를 향한 경고라는 해석도 있다.

김 대표와 제1야당의 ‘힘겨루기’는 일단 김 대표의 압승으로 보인다. 비대위원들은 “대단히 자존심이 상했고, 모욕적으로 느꼈다”는 김 대표 앞에서 “당을 계속 이끌어줘야 한다” “반성한다”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급거 상경한 문 전 대표에게 총선 이후 역할을 확답받은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한 당직자는 “침묵하던 문 전 대표를 서울로 끌어올린 것만으로도 김 대표의 당내 위상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원 전원 사의 표명=김 대표는 비대위회의를 주재하며 비례대표 순번 확정을 비대위에 일임하는 등 사실상 당무에 복귀했다. 그러나 본인의 번호는 비워두라고 해 사퇴 가능성을 열어놓고 귀가했다. 결국 비대위원들은 김 대표를 2번에 배정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김 대표 자택까지 찾아가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김 대표는 이에 “왜 당신들이 사의를 표명하느냐”고 했다고 한다. 우윤근 비대위원은 회동 후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해 국민들께 실망을 드린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사의를 표명키로 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김 대표가 판단해 (비대위원들을) 재신임할 수도 있고, 부분 교체가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당내에서는 김 대표의 ‘벼랑 끝 전술’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한 당직자는 “김 대표는 원하는 것을 다 얻었을지 모르겠지만 당이 받은 상처는 어떻게 회복해야 하느냐”고 말했다.최승욱 고승혁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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