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뤼셀에서 22일(현지시간) 발생한 동시다발 테러의 배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단체는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주범인 살라 압데슬람(26)의 체포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소행일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압데슬람은 지난 18일 브뤼셀에서 벨기에 경찰에 체포됐다. 우선적으로 잠복해 있던 압데슬람 추종 세력이 그의 체포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감행한 게 아니냐는 추정에 무게가 쏠린다.
이와 관련, 벨기에 뉴스통신은 “브뤼셀 공항에서 폭발이 있기 직전 테러범으로 보이는 자가 아랍어로 뭔가를 외쳤다”고 보도했다. 이 외침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테러를 자행할 때 구호인 ‘알라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일 가능성이 높다.
벨기에 사법 당국은 전날 파리 테러에 가담한 공범으로 지금까지 수피아네 카얄이라는 가명으로 알려진 나짐 라크라위(24·사진)의 신원을 확인하고 공개 수배했다. 라크라위는 최근 브뤼셀 아파트 급습 과정에서 DNA 흔적이 발견돼 압데슬람과 최근까지 함께 있었으며 새로운 테러를 모의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IS 네트워크가 압데슬람의 자백에 따라 중요한 정보와 조직원의 신원이 공개되기 전에 서둘러 범행을 실행했다는 추정도 있다. 디디에 레인더스 벨기에 외무장관은 20일 압데슬람이 수사관들에게 브뤼셀에서 새로운 계획을 진행했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레인더스 장관은 “그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많은 무기와 중화기가 발견됐다”며 “그가 은신했던 브뤼셀에 새로운 네트워크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당시 벨기에 당국은 파리 테러에 연루된 인물이 최소 30명이며 그 가운데 또 다른 핵심 용의자 2명을 추적 중이라고 전했다.
IS 조직이 서둘러 행동에 나섰다는 이 추정은 지난해 11월 테러 관련 핵심 용의자 2명이 아직도 도주 중이라는 점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영국 가디언은 보도했다.
일부에서는 테러리스트들이 조직의 와해를 막기 위해 서둘러 행동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對)테러 당국은 테러단체 조직원들이 저항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 ‘일망타진’을 추진하며 이 과정에서 테러 조직은 급속히 와해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벨기에의 IS 조직은 압데슬람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 그의 체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들이 테러를 감행하며 조직원들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번 테러를 실행에 옮겼다는 것이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공개수배 하루 만에… 브뤼셀 테러 기획한 주범은 ‘파리 테러’ 공범 라크라위
입력 2016-03-22 22:30 수정 2016-03-23 0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