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본부와 EU 산하 기구를 비롯한 주요 국제기구가 위치한 유럽의 행정 수도 브뤼셀에서 22일(현지시간)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소행으로 보이는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벨기에 언론 VRT와 미국 CNN방송 등은 브뤼셀의 자벤템 국제공항과 도심 지하철역에서 세 차례 폭발로 최소 34명이 숨지고 220여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특히 공항에선 폭발과 함께 테러범들이 아랍어를 외치며 총을 난사해 사상자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폭발은 오전 8시쯤 공항 내 아메리칸항공 체크인 데스크 주변과 인근 커피숍에서 발생했으며 폭발로 최소 14명이 사망했고 120여명이 다쳤다.
벨기에 공영방송 RTBF는 출국장 근처에서 다수가 숨졌으며 공항에서 자살폭탄용 벨트 모양의 추가 폭발물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폭발 이후 공항을 오가는 모든 항공기와 열차 등의 운행이 취소됐다. 유럽을 관통하는 고속열차인 유로스타도 브뤼셀 출도착 구간의 운행을 중단했다.
공항에서 폭발이 발생한 지 1시간쯤 뒤 브뤼셀 시내 EU 빌딩이 밀집된 말베이크역에서도 폭발이 발생하면서 지하철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말베이크역에서는 최소 20명이 숨지고 106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브뤼셀 지하철 당국이 확인했다.
벨기에 연방검찰의 프레데릭 반 레우 검사는 “세 차례 폭발은 모두 테러 공격이며 그중 하나는 자살폭탄 공격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수사 당국은 공항에서 일어난 폭발의 경우 여행가방 안에 폭탄이 들어 있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고 미 CNN방송이 전했다.
벨기에 위기대응센터와 EU 집행위원회는 시민들에게 실내에 머물 것을 당부했다. 벨기에는 추가 테러에 대비해 브뤼셀에 225명의 병력을 추가로 배치했다.
이번 폭발은 IS의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의 주범 살라 압데슬람(26)이 지난 18일 검거돼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조직 노출을 우려한 테러범들이 테러 실행을 앞당겼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벨기에 당국은 압데슬람 검거 이후 21일 나짐 라크라위(24)라는 새로운 테러범을 공개수배하고 파리 테러 가담 용의자가 30여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IS와 연계된 아랍 매체 아막뉴스는 “IS가 이번 테러를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우리 정부는 벨기에 테러 후 긴급대책반을 구성, 한국인 피해 여부를 확인 중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유럽의 심장’ 벨기에 테러 당하다
입력 2016-03-22 22:38 수정 2016-03-23 0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