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체가 공격 당했다”… 왜 벨기에 노렸나

입력 2016-03-22 22:27 수정 2016-03-23 00:40
벨기에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생포된 파리 연쇄 테러의 주범 살라 압데슬람이 수사 과정에서 “테러를 계획하고 있었으며 이미 준비를 마쳤다”고 진술해 추가 테러가 우려돼 왔던 곳이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에 이어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발생한 동시다발 테러는 급진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유럽의 심장’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파리가 유럽의 문화 수도라면 브뤼셀은 유럽연합(EU) 본부와 EU 산하 기구, 많은 국제기구들이 위치한 유럽의 행정 수도다. 스테판 로프벤 스웨덴 총리가 이날 테러 직후 “이번 공격은 유럽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한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브뤼셀은 또한 유럽 교통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이날 테러 발생 지역이 브뤼셀 공항과 EU 기구들이 밀집한 지역의 지하철역이라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더불어 파리, 베를린, 암스테르담 등 유럽 주요 도시와 거리가 가까워 유럽의 중심에서 ‘테러의 온상’ 역할을 해왔다. 파리 연쇄 테러 직후 압데슬람을 비롯한 용의자들은 프랑스 국경에서 가까운 벨기에에 대부분 몸을 숨겼다.

그동안 벨기에는 유럽 내 극단주의 무슬림들이 활동하기 가장 좋은 장소로 꼽혀왔다. 벨기에는 급진주의 무장단체에 가담한 주민의 수가 가장 많은 국가로 꼽힌다. 2012년 이후 500명 이상의 벨기에 국적자가 시리아와 이라크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에 합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압데슬람이 브뤼셀에서 체포됐기 때문에 이번 테러는 벨기에에 대한 IS의 ‘보복 테러’일 가능성도 높다.

특히 몰렌베이크는 수년 전부터 유럽 내 지하디즘의 허브로 통하고 있다. 몰렌베이크 주민 10만명 중 30%가 무슬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리 테러 이후에도 프랑스와 벨기에 경찰은 몰렌베이크 일대에서 대대적인 검거 작전을 펼쳐왔다.

AP통신은 “파리를 비롯한 유럽 도시들은 공격 이후 평상시로 돌아가지만, 유럽에 그것은 ‘뉴 노멀(new normal)’”이라며 “항상 높은 수준의 테러 위협이 존재하고 시민들은 테러 발생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 아니라 ‘언제든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바트 드 웨버 벨기에 앤트워프 시장이자 벨기에 최대 정당인 친(親)플랑드르 플레미시당 대표는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우리 역사에서 가장 어두운 날을 지나고 있다”고 현지 언론에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