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르(러시아 절대군주) 김종인’ 앞에 제1야당이 엎드렸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비례대표 ‘셀프 공천’을 둘러싼 당 지도부·중앙위원회와의 갈등에서 ‘백기투항’을 받아냈다. 문재인 전 대표는 22일 급하게 김 대표를 찾아가 사퇴 철회를 호소했고, 비대위원들은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당내 갈등은 일단 봉합됐지만 국민은 없는 ‘그들만의 공천싸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 대표는 지난 20일 이후 2박3일간의 당무 보이콧으로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일거에 반전시켰다. 그러면서도 ‘셀프 공천’ 비판에 대해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는 이날 서울 구기동 자택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내가 그동안 얘기했지만 여태까지 나 스스로 명예를 지키기 위해 산 사람인데 그런 식으로 날 욕보게 하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김 대표는 곧이어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비대위에서도 비례대표 순번 조정 등을 두고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대위원 전원은 김 대표에게 사과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김 대표에게) 두고 가시지 말라는 말씀을 좀 간곡하게 부탁했다”며 “저희들이 일천한 경험들, 아직 그 여물지 못한 그런 삶에 대해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까지 했다.
이에 앞서 그동안 침묵하던 문 전 대표도 김 대표 자택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저는 김 대표가 우리 당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계속 (당대표) 역할을 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의 한 관계자는 “중앙위에서 반발한 친노·운동권의 힘이 만만치 않으니까 김 대표가 이번에 확실히 군기 잡고 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김 대표는 이날 사실상 당무에 복귀하면서도 사퇴 여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며 당을 마지막까지 긴장하게 만들었다. 박영선 우윤근 김병관 표창원 비대위원 등은 김 대표 자택에서 회동한 뒤 비대위원 전원 사의를 밝혔다.
당 안팎에서는 김 대표가 ‘상처뿐인 승리’를 얻었다는 평가가 많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에게 비례대표 2번 주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는 것은 비례대표를 전리품으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김 대표가 비례대표 파동으로 오히려 총선 후 ‘역할론’은 힘을 받기 어려워졌다”며 “당원들은 아무리 ‘경제민주화의 상징’이라도 김 대표에게 총선 후 1년 반 동안 당을 맡길 수는 없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와 친노(친노무현) 진영 간의 ‘협력과 긴장’이라는 이중적 관계가 총선 이후에 격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관련기사 4면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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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22 22:36 수정 2016-03-23 0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