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총선후 대선까지 역할 필요… 비례 2번 당연 화룡점정 부탁”… 문재인 상경 ‘설득 작전’

입력 2016-03-22 22:25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2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비대위 전체회의를 마친 뒤 국회를 나서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문재인 전 대표가 이날 오전 김 대표의 사퇴 의사 철회를 설득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김 대표 자택을 방문한 뒤 집을 나서는 모습. 이동희 구성찬 기자

침묵을 이어오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2일 급거 상경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회동했다. 문 전 대표는 김 대표의 총선 이후 역할론과 비례대표 상위 순번 배정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실기(失期)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문 전 대표는 경남 창원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직후 서울 종로구 김 대표 자택으로 찾아가 사퇴 의사까지 밝혔던 김 대표를 만류했다. 회동 후 그는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가 우리 당에서 많은 성과를 거뒀는데 마치 사심에 의해 (비례대표 배정을) 결정한 것처럼 매도당했다”며 “명예를 가장 중시하는 분으로서 마음에 상처를 받고 자존심도 상한 것 같다. 우리 당에서 서운하게 해드린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에게) ‘화룡점정을 해주셔야 한다’ ‘끝까지 당을 책임지고 이끌면서 야권 총선 승리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그는 앞서 창원시청 기자회견에서 “제가 대표를 하고 있었더라도 김 대표를 비례대표 상위 순번으로 모셨을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표가 침묵을 깨고 사태 해결 전면에 나선 것은 김 대표가 사퇴할 경우 총선 필패가 불가피하다는 위기의식 때문으로 여겨진다. 또 사실상 ‘정치적 운명공동체’인 김 대표가 주류 진영과의 갈등으로 끝내 사퇴한다면 그 책임이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듯하다. 총선 이후 김 대표 역할론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던 문 전 대표는 이날 “(김 대표가) 다음 대선 때까지 당의 간판 역할을 계속 해주셔야 하기 때문에 국회에 들어가야 한다”고도 했다. 총선 이후에도 김 대표에게 당을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문 전 대표가 또 한번 ‘타이밍’을 놓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대표의 비례대표 논란이 한창일 때 침묵하다 파국 국면으로 치닫고서야 나섰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 20∼21일 진행된 중앙위원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한 재선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늦어도 한참 늦었다”며 “정말 저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 논란이 시작되자마자 입장을 밝혔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최승욱 고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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