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구 새누리 지지자 표정은… “당, 朴 대통령과 유승민 중 선택하라 강요하고 있다”

입력 2016-03-23 04:02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과 ‘대구의 자존심 유승민은 당당합니다! 깨끗합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이 22일 대구 동구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선거사무소 벽에 나란히 걸려 있다.

‘결정의 시간’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승민 의원 선거사무소에서도 긴장감이 최고조로 올랐다. 유 의원이 걱정돼 들렀다는 지지자들의 걸음은 하루 종일 계속됐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유 의원 공천 여부를 끝까지 결정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지면서 격정을 토하는 지지자들도 보였다.

22일 대구 용계동에서 만난 한 새누리당 지지자는 “당이 박근혜 대통령과 유 의원을 놓고 우리더러 선택하라 강요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우리는 둘 모두를 좋아하는데 왜 이런 억지 선택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싫지만 유 의원을 대놓고 배척하는 것도 못마땅하다는 뜻이다.

자영업을 하는 황모(65)씨는 “공관위는 유 의원과 이재만 전 동구청장을 놓고 경선에 부치기라도 했어야 했다. 아무리 텃밭이라 해도 당이 유권자를 너무 무시하는 처사”라고 했다.

유 의원 지지자들 사이에선 이한구 공관위원장에 대한 불만도 쏟아냈다. 유 의원 선거사무소에서 뉴스를 지켜보던 한 지지자는 “이한구(위원장)가 지역구 관리를 엉망으로 해서 지금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선거에서 어려움을 겪는데 자기반성은 전혀 없다”고 했다.

대구 동을에선 총선 분위기마저 완전히 실종됐다. 유 의원이 지난 15일 이후 칩거에 돌입하면서 캠프에서도 선거운동에 손을 놓고 있다. 그러나 칩거 이후 유 의원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선거사무소에는 매일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문의가 폭주한다고 한다. 유 의원 홈페이지는 비박(비박근혜)계 물갈이가 시작된 지난 14일 이후 접속자 폭주로 서버가 다운되는 일이 매일 발생하고 있다.

지역주민들 사이에선 유 의원이 결국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유의원 측은 그러나 “끝까지 당의 결정을 지켜보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유 의원은 최고위 결정 유보로 공천 탈락이 확정되지 않은 김희국 이종훈 의원 등 측근들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 의원 측 관계자는 “어찌됐건 내일은 결정을 해야 하는데 함께 행동하는 게 옳은지, 각자도생해야 하는지 상황별 시나리오에 대해선 서로 공유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대구=글 사진 전웅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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