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의 시간’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승민 의원 선거사무소에서도 긴장감이 최고조로 올랐다. 유 의원이 걱정돼 들렀다는 지지자들의 걸음은 하루 종일 계속됐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유 의원 공천 여부를 끝까지 결정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지면서 격정을 토하는 지지자들도 보였다.
22일 대구 용계동에서 만난 한 새누리당 지지자는 “당이 박근혜 대통령과 유 의원을 놓고 우리더러 선택하라 강요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우리는 둘 모두를 좋아하는데 왜 이런 억지 선택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싫지만 유 의원을 대놓고 배척하는 것도 못마땅하다는 뜻이다.
자영업을 하는 황모(65)씨는 “공관위는 유 의원과 이재만 전 동구청장을 놓고 경선에 부치기라도 했어야 했다. 아무리 텃밭이라 해도 당이 유권자를 너무 무시하는 처사”라고 했다.
유 의원 지지자들 사이에선 이한구 공관위원장에 대한 불만도 쏟아냈다. 유 의원 선거사무소에서 뉴스를 지켜보던 한 지지자는 “이한구(위원장)가 지역구 관리를 엉망으로 해서 지금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선거에서 어려움을 겪는데 자기반성은 전혀 없다”고 했다.
대구 동을에선 총선 분위기마저 완전히 실종됐다. 유 의원이 지난 15일 이후 칩거에 돌입하면서 캠프에서도 선거운동에 손을 놓고 있다. 그러나 칩거 이후 유 의원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선거사무소에는 매일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문의가 폭주한다고 한다. 유 의원 홈페이지는 비박(비박근혜)계 물갈이가 시작된 지난 14일 이후 접속자 폭주로 서버가 다운되는 일이 매일 발생하고 있다.
지역주민들 사이에선 유 의원이 결국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유의원 측은 그러나 “끝까지 당의 결정을 지켜보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유 의원은 최고위 결정 유보로 공천 탈락이 확정되지 않은 김희국 이종훈 의원 등 측근들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 의원 측 관계자는 “어찌됐건 내일은 결정을 해야 하는데 함께 행동하는 게 옳은지, 각자도생해야 하는지 상황별 시나리오에 대해선 서로 공유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대구=글 사진 전웅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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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3-23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