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출시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금융회사들은 아직도 준비 중이다. 서둘러 상품을 출시한 데다 은행과 증권사 간 경쟁까지 과열돼 불완전판매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판매 현장에서도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완전한 ISA 제도는 언제쯤=한 금융권 관계자는 22일 “선수가 경기(판매)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경기장 라인(ISA 관련 규정)이 어떻게 그려지는지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 당국은 출시일이 3월 14일로 정해진 상황에서도 ISA 정책을 계속 바꾸고 결정을 늦춰왔다. 현장에서 준비가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출시한 날 금융사 준비가 덜 됐다는 기사가 많이 나왔는데, 판매 세부기준 결정이 계속 늦어지면서 우리는 뒤늦게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며 “현장의 혼란이 온전히 우리 탓이라고만 할 수 있느냐”고 항변했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일임형 ISA 운영 방향을 담은 모범규준을 정할 계획이었다. 금융사들은 이 일정에 맞춰 금융감독원에 모델포트폴리오를 제출하고 상품 홍보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모범규준 확정이 계속 미뤄지면서 이달 3일에야 보고를 마쳤다. 고객 홍보는 보고 뒤 7영업일이 지나야 가능하다는 규준 때문에 고객들은 미리 각 증권사의 일임형 ISA 모델포트폴리오 상품과 수수료를 비교하고 어떤 상품에 가입할지 따져볼 수 없었다. 결국 일임형 ISA의 기반인 모델포트폴리오는 상품 출시 당일에야 제대로 고객에게 홍보할 수 있게 됐다. 108개 모델포트폴리오가 준비됐으나 첫날 877명만이 일임형 ISA를 선택했다.
은행 일임형 상품은 아직 출시도 되지 않았다. 금융위는 “단계적으로 ISA가 확대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원인은 출시 한 달을 앞두고 급작스레 일임형이 허용됐기 때문이다. 원래 은행은 투자일임업을 할 수 없는데, ISA 출시를 앞두고 은행권의 요청이 이어지자 금융위가 ISA에만 일임형 취급을 허용키로 했다. 은행은 일임업 등록 업무에다 직원들에게 파생상품 판매 자격증까지 따게 해야 했다. 특별 시험까지 치르는 소동이 벌어졌다.
금감원은 증권사가 은행에 투자일임업 ‘과외’를 하는 자리까지 마련했다. 다음 달 은행의 일임형 ISA 출시를 앞두고 일임업 경험이 없는 은행을 지원하기 위해 각 증권사가 일임업 운용 전반에 대한 설명을 하도록 한 것이다. 은행과 증권사가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색한 그림이다.
상품과 수익률을 비교할 수 있는 시스템도 아직 마련 중이다. 금융위는 상반기 중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모델포트폴리오 가입 시점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등 수많은 변수를 어떻게 반영할지 아직 방향을 정하지 못했다. 금융투자협회에서는 3명뿐인 담당직원이 비교공시 시스템을 준비하기 위해 분주한 상태다.
◇“불완전판매는 없다” 자신하지만=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5일 ISA에 가입한 뒤 “시행 초기 일선 지점 준비 부족으로 불편함을 겪은 국민들이 있었지만 불완전판매는 없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은행원의 권유로 면피성으로 가입한 ‘1만원짜리 계좌’에 대해선 “금융회사의 영업방식”이라며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은행이 직원들에게 판매 할당을 주는 식의 영업을 펼치면서 은행원들이 고객 확보를 위해 계좌 개설용으로 소액만 넣어두는 면피성 계좌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빠른 일처리를 위해 고객이 지점에 나가 서류에 서명하지 않아도 신분증과 원천징수영수증 등 필요 서류만 보내면 알아서 계좌를 개설하는 사례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날 ISA 태스크포스(TF) 3차 회의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금융위 김용범 사무처장은 “소액 계좌는 투자대상 등을 물색한 뒤 투자하려는 장기 자산운용 상품인 ISA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부정적 의미만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일률적으로 지적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시 후 하루 이틀 창구에서 혼란이 있었지만 ISA가 안착하고 있다고 본다”며 “장기적인 제도인 만큼 평가는 긴 호흡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Wide&deep] 만능통장 출시 혼돈의 1주일… 금융권 “선수가 룰 걱정할 판” 당국은 “ISA 안착중”
입력 2016-03-23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