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훈련비가 빼돌려졌다는 게 너무 당황스럽다. 이런 일로 조사를 받아 너무 억울하다.”
검찰의 수영계 비리 수사 과정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선수들은 거친 목소리를 쏟아냈다. “선생님들로부터 이용당했다”며 허탈해했고, “피해를 당하고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분노했다.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수영계 검은 비리는 ‘패거리 문화’로 요약된다. 학연·지연, 사제·선후배 관계로 끈끈하게 뭉친 ‘그들만의 리그’는 한국사회의 축소판이었다. 대한수영연맹 이사부터 각 지역 수영지도자들까지 혈세를 빼돌리는 데 동참했다. 주요 간부들이 15년간 장기 집권하며 비리를 일삼았는데 연맹 내부와 관계부처의 통제·감시는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22일 대한수영연맹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한수영연맹 및 지역연맹 임원 10명, 수영장 공사업체 대표 등 4명을 포함해 모두 14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지난달 27일 대한수영연맹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착수한 지 약 1개월 만이다.
검찰은 크게 세 갈래 비리를 적발했다. 지역 체육회 등이 혈세로 조성한 국고보조금 19억여원이 빼돌려졌다. 대한수영연맹 이택원(48) 시설이사가 13억2400여만원, 이남현(48) 홍보이사가 6억1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허위 훈련계획서나 허위 은행 송금증을 관계부처에 제시하는 수법이 사용됐다. 지역 체육회는 ‘3월 33일’ ‘20012년’ 이라고 적힌 송금증의 허위 여부도 밝혀내지 못했다
수영장 공사 관련 청탁과 함께 거액을 받은 임원들도 적발됐다. 대한수영연맹 정부광(58) 부회장은 인천 아시안게임 수영장 기구 업체 대표로부터 2200만원을 받았다. 이택원 이사는 4억2950만원을 수수했다. 국가대표 선발과 연맹 임원 선임에도 뒷돈이 오갔다. 정일청(55) 전무이사는 선수 선발 등의 청탁과 함께 4억5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다. 기록과 별도로 발전 가능성 등 모호한 기준으로 선발되는 사례도 발견됐다. 검찰 관계자는 “임원들이 선수 훈련비를 빼돌리고, 뒷돈 주고받기에 열을 올리는 사이 선수들은 계속 열악한 환경에서 훈련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보조금 빼돌리고… 업체서 뒷돈… 끼리끼리 해먹은 수영연맹
입력 2016-03-22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