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바이러스 공기 감염 안 돼 … 대규모 확산 가능성 낮아

입력 2016-03-23 04:00

국내에서 첫 지카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발생하면서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와 달라 2차 감염 등 대규모 확산을 우려하지는 않는다. 메르스는 기침이나 일상접촉 등을 통해 공기로 옮는 반면 지카바이러스는 감염경로가 제한적이다.

지카바이러스는 국내에서는 활동하지 않는 ‘이집트숲모기’를 통해 전파된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흰줄숲모기’도 매개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국내 흰줄숲모기에서 지카바이러스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성관계와 수혈, 수직감염(엄마 뱃속에서 태아에게로 감염)으로 전파되기도 한다.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미생물학교실 이근화 교수는 “사람의 혈액이나 정액뿐만 아니라 침, 소변에도 지카바이러스가 들어 있을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유입 환자가 계속 늘고 모기 유행시기와 맞물릴 경우 ‘2차 전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김종훈 교수는 “환자 한명을 통한 모기의 지카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면서도 “브라질 리우올림픽 이후 지카바이러스 감염자들이 한꺼번에 국내로 유입되고, 여름철 덥고 습한 날씨와 맞물려 흰줄숲모기 증식이 이뤄진다면 이에 따른 감염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은 발열이나 발진, 눈 충혈 등 대부분 가벼운 증상으로 진행된다. 감염돼도 80%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중증 합병증은 드물고, 치명률도 낮은 편이다.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은 “브라질과 콜롬비아에서 수천명이 감염됐어도 사망자는 각각 1명, 3명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신부가 감염되면 머리가 정상보다 작은 ‘소두증(小頭症)’ 신생아를 낳을 수 있고 유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희귀한 신경계 질환인 ‘길랭바레증후군’과 ‘척수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보고도 최근 나왔다.

방역 당국은 임신부의 경우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발생국가 여행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여행이 불가피하면 방충망 또는 모기장이 있는 숙소를 사용하고 긴팔 의류와 밝은색 옷 착용, 모기기피제 사용 등을 재차 권고했다. 귀국 후 2주 안에 발열, 발진과 함께 눈 충혈, 관절통, 근육통, 두통 중 하나 이상의 증상이 나타나면 방역 당국에 신고할 것도 주문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증상이 없더라도 귀국 후 한 달 동안 헌혈하지 말고, 남성의 경우 최소 2개월간 성관계를 피하거나 콘돔을 사용하라”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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