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공동 기자회견을 TV 생중계로 지켜본 쿠바인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21일(현지시간) 양국 정상회담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은 CNN방송의 짐 아코스타, NBC방송의 안드레아 미첼 등 미국 기자 2명과 쿠바 기자 1명이 질문하고 두 정상이 각 질문에 번갈아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대부분 서방국가에서는 관행이지만 공산당 1당 독재체제의 쿠바에서는 극히 이례적인 형식이었다.
부친이 쿠바인이라고 밝힌 첫 질문자 CNN의 아코스타 기자는 카스트로 의장에게 “쿠바는 왜 정치범을 수감하고 있나. 왜 풀어주지 않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에 대해 카스트로는 “나에게 정치범의 명단을 가져와 봐라. 그를 즉시 풀어주겠다. 무슨 정치범?”이라고 화난 듯 공박했다.
그는 이어 “이 회견이 끝난 뒤에라도 그 명단을 가져오면 오늘 저녁 전에 풀어주겠다”고 강조했다.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NBC 미첼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인권 및 시민권 문서가 61개 있다. 이 서류에 규정된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국가가 얼마나 되는지 아느냐. 제로(0)”라고 말했다. 그는 “쿠바는 이 가운데 47개 문서를 준수하고 있다. 인권을 정치 문제화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지켜본 쿠바인들은 카스트로 형제에 대한 의견을 공공장소에서 표현하는 것마저 금기로 여겨지는 ‘닫힌 사회’ 쿠바에서 상상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바나에 거주하는 47세 여성 엔지니어 마를렌 피노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정말 역사적인 일이다. 이런 광경을 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45세 노점상 카르도 헤레라도 “영화의 한 장면 같다. 그런데 실제라니…”라고 말했다.
AP통신은 아바나 베다도 구역의 한 야외 카페에 앉아 국영TV가 생중계하는 오바마와 카스트로의 대화와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10여명의 시민이 놀라움 속에 침묵했다면서 한 여성은 너무 놀라 딱 벌어진 입을 자신의 손으로 가리고 있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배병우 선임기자
“카스트로에게 질문이라니…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
입력 2016-03-22 21:03 수정 2016-03-23 0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