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대표 선발에도 검은돈이 오간 수영계의 민낯

입력 2016-03-22 17:33
검찰이 22일 발표한 대한수영연맹 비리 수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한마디로 수영계는 비리의 복마전이었다. 공금 횡령은 기본이었고, 국가대표 선발 및 연맹 임원 선임 과정에서도 검은돈이 오갔다. 전무이사, 시설이사, 홍보이사 등 대다수 연맹 간부들이 상납 비리 사슬로 연결돼 있었다. 지난달 17일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한 달여 만에 이 같은 고질적 비리 구조를 밝혀내고 연맹 임원급 10명 등 모두 14명(5명 구속, 9명 불구속)을 사법처리했다고 밝혔다.

비리의 핵심은 전무이사이자 경기력향상위원장인 정모씨였다. 그는 경기력향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되는 국가대표 선발에서 거의 전권을 행사했다. 수영은 기록이 있는 종목인데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 그건 바로 ‘발전 가능성’ ‘재기의 기회’ 등 주관적 평가 기준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연맹 임원 선임도 좌지우지했다. 이런 막강한 권한을 무기로 정씨는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간 각종 청탁과 함께 3억5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박태환 선수의 스승인 노민상 전 국가대표 감독한테서도 서울시청 수영팀 감독 선임 명목으로 1억원을 수수했다. 다른 임원들의 경우 훈련비 등 공금을 빼돌리는가 하면 시설공사 업체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았다.

뒷돈 상납만 있으면 ‘태극 마크’도 살 수 있는 한국 수영계의 추악한 민낯이 드러났다. 뿌리 깊은 비리가 만연한 것은 수영계의 폐쇄적 문화 때문이다. 학연과 지연, 선후배 관계 등으로 얽힌 연맹 간부들이 14∼15년간 같은 직책에 있으면서 전횡을 휘두른 탓에 내부 통제 기능이 무력화됐다. 각종 지원금을 준 지방자치단체나 관계부처의 관리·감독 장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하는 이유다. 근데 이런 비리가 수영계에만 있을 리가 없다. 체육계의 여타 비리에 대해서도 검찰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체육계도 신뢰 회복을 위해 뼈를 깎는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