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부실채권 증가분 97%가 産銀·輸銀 물량

입력 2016-03-22 20:56 수정 2016-03-22 21:42
지난해 급증한 은행권 부실채권의 대부분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의 부실채권액은 30조원으로 전체 은행권 여신 1664조3000억원의 1.80%였다. 1년 전보다 금액으로는 5조8000억원, 비율로는 0.25% 포인트 늘었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전날 간부회의에서 “은행 부실채권 비율이 2010년 이후 가장 높아진 반면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6년 이내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신속한 기업 구조조정과 은행 부실채권 정리를 유도하고, 적정 수준의 대손충당금 적립과 내부 유보 확충을 유도해 위기에 대비한 손실 흡수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진 원장이 은행을 향해 대기업을 포함, 과감한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은행 건전성 강화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런데 은행 부실채권 현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 일반은행권에서는 부실채권이 지난 1년 새 오히려 1조7000억원 줄었다. 부실채권 비율도 1년 전 1.39%였던 게 지난해 말 1.14%로 낮춰졌다. 중소기업을 상대로 하는 기업은행도 부실채권 비율이 0.09% 포인트 낮아졌다.

부실채권 급증의 장본인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었다. 산은의 부실채권은 1년 새 3조1000억원에서 7조3000억원으로 배 이상 늘어났다. 부실채권 비율은 무려 5.68%로 치솟았다. 시중은행의 5배가 넘는다. 수출입은행도 보유채권 중 1조9000억원이 새로 부실로 분류돼 두 국책은행의 부실채권 증가분이 은행권 전체의 96.6%를 차지했다. 산은 관계자는 “국내 경기 활성화를 위해 조선과 해운 등 구조조정 대상 업종의 채권을 정책적으로 보유하다보니 부실채권 비율이 늘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부실채권을 정리하려면 정책 당국 차원의 결정이 이뤄져야 하는 셈이다. 진 원장은 전날 “은행 부실채권이 늘어나면 경제회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대손상각이나 매각 등 부실채권 정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