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계파 나눠먹기·정치보복 난무한 여야의 막장 공천

입력 2016-03-22 17:33
여야가 22일 비례대표 후보를 선정하면서 다음 달 치러질 20대 총선 공천을 사실상 끝냈다. 야당이 아직 후보 순위를 확정하지 못햇지만 당선 가능한 후보군은 대강 정해져 있다. 이번 공천은 극도의 계파 갈등, 고무줄 잣대, 상대 정파 솎아내기, 당 옮겨 출마하기 등 이때까지 볼 수 없었던 불신과 혼돈 그 자체였다.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새누리당은 유승민 의원 파동과 비박계 쳐내기로 유권자 불신을 자초했다. 모호한 기준인 정체성을 들이대며 유 의원 공천을 미루는 방법으로 고사시키겠다는 친박의 생각은 누가 봐도 어이없다. 여론 역풍에도 불구하고 진박 마케팅을 벌이고, 유 의원 공천 결정을 미루는 것은 유권자를 너무 우습고 가벼운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막말 파문을 일으킨 윤상현 의원이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려는 것도 슬픈 코미디다. 아마 새누리당이 무공천하거나 약한 상대를 형식적으로 출마시킨 뒤 당선되면 다시 복당시킨다는 묵계가 서로 간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진박 후보들이 수도권과 대구 지역 경선에서 다수 탈락했다는 사실은 새누리당의 이런 오만한 행태에 민심이 싸늘하게 돌아서고 있다는 정황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새누리당은 총선 결과에,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추동력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해야 한다. 여당 수도권 의원들은 비상식에 대한 역풍을 태산이 앞을 막은 것처럼 우려하고 있는데 당 지도부만 이를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막장 드라마 같은 공천이라는 표현이 국민들에게 낯설지 않을 정도다.

비교적 개혁 공천을 진행했다는 더불어민주당도 막판에 비례대표 후보 선정을 둘러싼 세력 다툼으로 얼룩졌다. ‘셀프 공천’은 아무리 개혁을 한다지만 절제와 설득을 잃은 행태이고, 중앙위의 반발은 기득권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반(反)개혁적 몸부림에 다름 아니다. 과연 제1야당이 선거에서 얼마나 의석을 얻을 수 있을지, 수권 정당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지지자들에게조차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새정치를 표방한 국민의당은 계파별 나눠먹기, 호남에서의 자리다툼으로 비치는 수준밖에 보여주지 못했다. 더 확장하기는커녕 지지율이 추락하는 국민의당은 근본적으로 당의 좌표와 목표를 다시 설정할 필요가 있다. 기존정당과 바를 바 없는 공천으로 어떻게 확고한 제3당 자리를 확보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여야의 공천 과정을 지켜보면서 과연 20대 국회가 사상 최악이라는 19대보다 더 나은 국회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는 의견이 많다. 우리 정당들이 공당으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자신의 생존과 정파 이익, 기득권 유지 노력만 난무한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