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혁신 명분 버리고 중저가 실리 노린다… 4인치 ‘아이폰SE’ 공개

입력 2016-03-22 20:50
그렉 조스위악 애플 마케팅 부사장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캠퍼스 타운홀에서 열린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4인치 크기의 ‘아이폰SE’를 소개하고 있다. AP뉴시스

애플이 마침내 가격을 무기로 꺼내들었다. 성장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아이폰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 50만원 안팎의 중가형 아이폰을 선택한 것이다.

애플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위치한 본사에서 행사를 열고 4인치 크기의 ‘아이폰SE’를 공개했다. 애플이 4인치 크기의 스마트폰을 출시한 건 2013년 9월 아이폰5s 이후 2년6개월 만이다.

아이폰SE는 외형은 아이폰5s를 닮았고, 내부 사양은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6s를 이어받았다. 핵심은 가격이다. 아이폰SE 16GB는 399달러(약 46만원), 64GB는 499달러(약 57만원)다. 지금까지 나온 아이폰 중 초기 출고가가 가장 낮다. 지금까지 애플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저렴했던 보급형 제품 아이폰5c(549달러)보다 저렴하다.

이날 신제품 발표에서 애플은 신제품에 새로운 기술을 전혀 선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혁신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애플의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가격이 전면에 부각된 것도 처음이다.

애플의 노림수는 분명하다. 혁신이라는 명분 대신 실리를 챙기겠다는 의도다. 애플이 4인치 스마트폰을 ‘부활’시킨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신흥시장으로 떠오르는 인도, 중국 등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인도시장을 가리켜 “앞으로 10년간 애플의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애플은 인도에서 아이폰 중고폰을 판매하고 있다. 구매력이 떨어져 아이폰6s 같은 고가 제품을 살 수 없는 사용자를 잡기 위해서다. 애플은 중국에서 아이폰을 처음 구매한 사람의 60%가량이 4인치 제품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구매력은 떨어지지만 아이폰을 사고 싶어 하는 사용자에게 적당한 가격에 신제품을 선보여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것이다. 마땅한 대안이 없어 안드로이드 진영으로 향했던 사용자도 끌어들일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또 스티브 잡스 시절 아이폰의 크기인 4인치 제품에 대한 향수가 여전하다는 것도 이유다. 애플은 지난해 3000만대의 4인치 아이폰을 판매했다. 지난해 아이폰 전체 판매량 2억3000만대의 13%가량이 4인치였다. 아이폰5s 이후 4인치 신제품이 없었기 때문에 기존 충성 고객을 잡기 위해선 새로운 모델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아이폰SE는 오는 31일부터 미국 중국 등 13개국에서 판매가 시작된다. 우리나라는 1차 출시국에서 제외됐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