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최고 수뇌부가 ‘가슴 아픈 고백’을 했다.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은 22일 현대중공업 창립 44주년 담화문을 통해 “이제 냉엄한 우리 현실을 인정하자”며 현대중공업과 한국 조선업계가 처한 현실을 고백했다.
회사는 비대해지고 변화에 둔감했으며, 사업계획을 세우지 못할 정도로 수주를 못하고 있다는 자인이었다. 금융권은 돈을 빌려주지 않고 선주들의 신뢰는 잃고 있으며, 경쟁력마저 떨어졌다는 고백도 곁들였다.
최 회장은 “최근 10여년간 우리 회사는 너무 비대해졌고 세상의 변화에 둔감했다”며 “우리가 지금도 세계 1등 회사인지 생각해보면 안타깝기까지 하다”고 담화문을 시작했다. 그는 “사업계획을 세울 수 없을 정도로 수주 물량이 없다”며 “물량절벽이 곧 다가온다는 말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선주들의 인도 거부나 계약 취소로 자금 사정도 만만치 않고, 금융권도 이제 조선업계에 돈을 잘 빌려주려 하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최 회장은 선주사를 상대로 수주활동을 벌인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쟁의활동 자제 동의서를 제출한 대우조선해양 노조를 거론하며 현대중공업 노조의 인식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일감이 줄어드는 만큼 호황기에 만들어진 지나친 제도와 단협 사항들도 원점에서 재검토해 현실에 맞게 고쳐나가자”고 제안했다. 또한 관행 개선, 포상제도 개선, 순환근무 도입, 사업본부 강화 등 회사의 제도 개선도 약속했다. 최 회장은 “지금이야말로 ‘현대정신’으로 전 임직원이 하나가 돼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과업”이라고 강조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현대重 수뇌부 절절한 호소 “수주 절벽… 사업계획 못세워 금융권에선 돈도 안빌려줘”
입력 2016-03-22 2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