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처음으로 지카(Zika)바이러스 환자가 나왔다. 질병관리본부는 브라질을 방문했다가 귀국한 40대 남자가 22일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1차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전남 광양 거주자인 이 환자는 지난달 17일부터 22일 동안 브라질에 머물렀고 독일을 경유해 11일 귀국했다. 브라질 북동부 세아라주를 출장차 방문했는데, 모기기피제를 사용하고 긴 옷을 착용하는 등 예방 노력을 했지만 모기에 물려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지카바이러스가 지난해 5월 브라질에서 처음 보고된 지 10개월 만이다.
이 환자가 병원을 처음 찾은 것은 18일이다. 귀국 닷새 후인 16일 미열과 근육통이 나타났고 이틀 후 전남 광양의 한 의료기관을 방문했다. 증상이 미약해 집으로 돌아갔지만 다음날 얼굴과 몸통, 팔, 다리에 발진이 생기고 근육통이 심해져 21일 다시 의료기관을 찾았다. 결국 전남 보건환경연구원의 유전자 검사를 받았고 지카바이러스 환자로 확진된 것이다.
문제는 환자가 최초 방문한 의료기관에서 감염병 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병원은 환자가 브라질 방문 사실을 알렸지만 증상이 심하지 않다는 이유로 보건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고, 지카바이러스 감염 검사도 하지 않았다. 보건 당국이 의심환자를 진료할 때 반드시 신고하도록 의무화하는 지침을 의료기관에 내려보냈는데도 말이다. 이 병원은 또 환자가 지카바이러스 발병국을 다녀온 뒤 발열, 근육통 증상을 보였지만 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하지 않았다. 보건 당국의 ‘방역 구멍’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환자는 독일을 경유한 탓에 입국 당시 공항 게이트에서 1차 발열 검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초동대처 부실이 얼마나 큰 희생을 낳았는지 우리는 똑똑히 지켜봤다. 보건 당국이 방역체계를 촘촘하게 재점검하고 입국자 검역을 한층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의심환자가 발생할 경우 즉시 신고토록 하는 관리 시스템도 다시 손봐야 한다. 국민들도 해당 국가 여행을 삼가고 증상이 의심되면 즉각 의료기관 진료를 받는 등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메르스의 교훈’을 되새겨야 할 때다.
[사설] 국내 첫 지카바이러스 환자… 초동대처에 만전을
입력 2016-03-22 1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