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하는 용병’이 보배였다… 현대건설 우승으로 끝난 女 프로배구

입력 2016-03-22 20:49
2015-2016 프로배구 여자부는 현대건설이 지난 21일 5년 만에 정상에 복귀하면서 5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현대건설은 5전3선승제로 펼쳐진 챔피언결정전에서 디펜딩챔피언 IBK기업은행에 한 세트도 잃지 않고 3전 전승을 거뒀다. 지난 12시즌 동안 무려 8차례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현대건설은 2010-2011 시즌 이후 5년 만에 봄에 웃었다.

이번 시즌 여자부는 처음으로 외국인 선수를 트라이아웃(공개선발제)으로 뽑았다. 예상대로 공격을 주도하는 용병 거포가 없는 대신 토종 선수들과의 아기자기한 플레이가 펼쳐져 많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트라이아웃으로 인해 전력의 하향평준화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토종 공격수의 기량 향상에 도움을 주는 제도임이 입증됐다.

현대건설은 에밀리라는 수비형 레프트 자원을 뽑았고, 결국 우승까지 이르는 원동력이 됐다. 에밀리는 라이트 황연주, 센터 양효진과 공격 삼각편대를 이뤄 팀을 정규리그 2위로 이끈 뒤 플레이오프에서도 공격과 수비에서 꾸준한 활약으로 흥국생명을 눌렀다.

반면 현대건설에 져 우승 문턱에서 아깝게 좌절한 기업은행은 용병 맥마혼의 부상 결장이 치명적이었다. 시즌 막판 블로킹을 하다 왼손 약지 골절상을 당한 맥마혼은 결국 챔피언결정전까지 돌아오지 못했다. 하지만 공격수 김희진, 박정아와 세터 김사니가 버틴 조직력만큼은 국내 최강임을 입증해 다음 시즌을 기약할 수 있게 됐다.

전력이 평준화되면서 맨 하위 인삼공사를 제외하고는 모든 팀이 시즌 막판까지 포스트시즌 진출을 다퉜다. 지난 시즌 신인왕 이재영이 급성장한 흥국생명이 3위로 포스트시즌에 오르면서 튼실한 토종 자원을 보유한 팀이 우승을 넘볼 수 있다는 공식이 만들어졌다.

에밀리처럼 멀티기능을 소화할 수 있는 용병이 이번 시즌 대세였다. 과거 공격에만 특화된 용병이 아니라 수비와 토스까지 할 수 있는 용병을 보유한 팀이 결국 우승권에 남을 수 있었다. 다음 시즌 트라이아웃을 도입할 예정인 남자부도 여자부의 사례를 참고로 할 만하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