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챔프전은 ‘에밋 시리즈’?

입력 2016-03-22 20:48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이 ‘에밋 시리즈’가 되고 있다. 전주 KCC 외국인 선수 안드레 에밋(사진)의 활약 여부에 따라 승패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에밋은 국내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 중 최고의 테크니션이다. 현란한 개인기로 수비수 두 명 정도는 가볍게 따돌릴 뿐 아니라 어시스트도 뛰어나다. 올해 정규리그에서 경기당 평균 25.7점을 넣어 이 부문 2위에 올랐다.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는 경기당 평균 33.8점으로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였다.

지난 19일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도 에밋의 활약이 빛이 발했다. 에밋은 25점을 올리며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에밋이 펄펄 날자 전태풍과 하승진, 김민구 등 국내 선수들까지 살아났다. 4쿼터 막판 승부를 뒤집은 김민구의 연속 3점슛도 사실 에밋으로부터 나왔다. 고양 오리온 선수 두 명 이상이 에밋에게 달려들자 외곽에 있던 김민구에게 슛 찬스가 났다.

KCC 추승균 감독은 “김효범이나 김민구가 있으면 에밋이 들어가서 휘젓기가 편하고, (에밋에게) 수비가 몰렸을 때 밖에서 기회가 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패장 오리온 추일승 감독도 1차전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관건은 에밋 수비다. 후반에도 수비 압박을 이어가야 한다. 에밋이 공을 어렵게 잡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21일 2차전은 오리온이 에밋을 확실히 봉쇄해 승리를 거뒀다. 오리온 김동욱이 에밋의 움직임에 속지 않고 적극적인 몸싸움으로 공을 잡지 못하게 했다. 이에 평소 흥분을 잘 하지 않는 에밋도 경기 내내 짜증이 난 모습이었다. 득점도 14점에 그쳤다. 플레이오프 통틀어 개인 최소 득점에 그쳤다. 에밋이 공을 잡지 못하자 동료들도 힘을 내지 못했다. 하승진은 10점, 전태풍은 11점으로 주춤했다.

추일승 감독은 “김동욱이 에밋을 잘 잡아줬다. 에밋의 표정이 혼란스러워보였다”고 승리 요인을 분석했다. 추승균 감독은 “에밋이 자기 공격이 안 되니까 힘들어했다”며 “3차전부터는 수비 전술을 바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