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의 ‘기’회 ‘주’어졌으니 올인… 한기주, 3번의 수술·재활 끝 마운드 복귀

입력 2016-03-22 20:48
KIA 타이거즈의 투수 한기주가 22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다. 무려 1631일 만에 선발 등판한 한기주는 kt 타선을 4⅔이닝 동안 단 2안타로 묶으며 호투했다. KIA 타이거즈 제공

20대의 절반 가까이를 재활하며 보냈다. 처음엔 오른쪽 팔꿈치였다. 그리곤 오른쪽 손가락, 다음엔 투수에겐 치명적인 어깨에 칼을 댔다. 그렇게 KIA 타이거즈 한기주는 마운드에서 자취를 감췄다. 팬들 사이에선 그대로 은퇴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돌았다. 그랬던 그가 지난해 잠깐 모습을 비추더니 올 시즌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지난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만난 한기주는 표정이 밝았다. 팀 훈련을 마치고 덕아웃으로 들어온 얼굴엔 생기가 넘쳤다. 몸도 가벼워 보였다. 데뷔 이후 가장 좋게 느껴졌다. 한기주는 “지금 몸 상태는 괜찮다. 투구 밸런스도 좋아졌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젠 공도 던지고 원하는 대로 제구도 된다. 길게 보고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기주가 다시 웃음을 찾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09년부터 부상에 시달리며 3번의 수술을 거쳤다. 지난해 잠깐 1군 마운드에 오르기도 했지만 그전까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재활의 연속이었다. 한기주는 오랜 재활의 시간을 “한번은 다시 일어서겠다”는 강한 의지로 버텼다. 그는 “재활을 하다 보면 기회는 한 번쯤 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갖고 준비를 했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재활이 쉬운 건 아니었다. 수술 후 한기주는 투구 스타일을 완전히 바꿔야만 했다. 자신의 이름을 알린 강속구는 이제 없다. 한때 비공식 기록으로 시속 160㎞까지 던졌던 그의 속구는 현재 141㎞가 최고다. 한기주는 이런 현실 앞에 의외로 담담했다. “예전엔 직구가 주무기였는데…이젠 모르겠다”고 입을 뗀 그는 “어깨 수술 뒤로 다 내려놨다. 다른 걸로 도전해보자는 생각이 크다. 볼 던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기주는 “게임을 뛰다 보면 속도가 더 나올 수도 있지만 지금이 편하다”며 “전엔 강속구 위주로 던지니 어깨에 무리도 많이 갔다. 상체 위주로 던져서 밸런스도 흐트러졌는데 그런 것도 많이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목표도 부상 없이 시즌을 치르는 것, 이것 하나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어떤 보직도 상관없다. 그는 “잘 던지고 못 던지고를 떠나서 일단 부상만 없었으면 좋겠다. 못 던지면 다시 노력해서 실력을 끌어올리면 되지만 부상을 당하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다행히 한기주의 걱정은 지금까지는 기우에 불과했다. 시범경기 성적도 좋다. 첫 시범경기였던 SK 와이번스전에서 2이닝 3실점 했지만 이후 3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이다.

김기태 감독도 이런 한기주에게 기회를 더 많이 주고 있다. 22일 kt 위즈와의 경기에선 선발로 내세워 4⅔이닝을 맡겼다. 이날 무려 1631일 만에 선발 등판한 한기주는 kt 타선을 단 2안타로 묶으며 호투했다. 그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한기주의 나이는 여전히 만 29세로 젊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