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은행에서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를 높이려다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일을 끝내고 가려는데 창구 직원이 갑자기 원천징수증명서를 가져왔는지 묻더니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개설하라고 요구했다. 상품 설명은커녕 고객의 의사도 묻지 않고 뜬금없이 ISA에 가입하라는 것이었다. 부탁하러 온 처지에 거절할 수도, 그렇다고 내키지 않는데 가입할 이유도 없어 마음만 불편했다.
ISA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불완전판매 사례가 곳곳에서 확인된다. 불완전판매란 고객 특성에 맞는 금융상품을 권하지도 않고 상품의 주요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상태로 판매한 경우를 말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상당수 펀드에 손실이 나면서 불완전판매를 둘러싼 금융회사와 고객의 분쟁이 급증하자 이를 막기 위한 자본시장통합법이 2009년 2월부터 시행됐다. 주 내용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적합성 원칙과 금융상품 설명 의무 조항이다. 적합성 원칙은 상품을 권유할 때 고객 특성에 적합한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게 하는 것이고, 설명 의무는 상품의 내용과 투자에 따르는 위험성 등을 충분히 알려야 하는 의무를 말한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ISA 유치전이 거의 전쟁 수준이라고 한다. 출시 일주일 만인 지난 21일 현재 65만명을 돌파할 정도이니 죽기 살기로 실적에 매달린 셈이다. 불완전판매라는 무리수가 잇따를 수밖에 없다. 사실상 깡통계좌인 ‘1만원짜리 계좌’가 적지 않고, ‘묻지마’ 가입을 강요하는 사례도 흔하다.
ISA는 비과세 등 장점이 많은 상품이다. 그러나 원금손실 가능성이라는 치명적 위험성도 있다. 양가적 특성 중 선택은 결국 금융 소비자의 몫이다. 분명한 것은 밀어붙이기식 불완전판매가 계속되는 한 ‘이득’보다는 ‘손실’ 위험이 높다는 점이다. 특히 금융 당국이 지금처럼 ISA 판매 실적을 공개하면서 금융회사 간 경쟁을 부추기는 경우엔 더욱 그렇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
[한마당-정진영] 불완전판매
입력 2016-03-22 1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