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은 충남 아산에서도 내륙지역(옛 온양온천)이다.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인데 향토음식으로 어린 시절부터 즐겨 먹던 ‘어죽’은 지금도 몸이 피곤하거나 기력이 떨어지면 가장 생각나는 음식 중 하나다. 민물에서 갓 잡은 피라미, 붕어, 미꾸라지, 쏘가리 등을 큰 솥에 한데 넣고 갖은 양념과 고추장을 풀어 푹 고아 먹던 기억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그 시절에는 바다 어류 양식기술이 발전하지 않았고 수송·저장기술도 낙후돼 내륙에 있는 소비자들이 풍부한 수산물을 접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강과 호수에서 바로 잡거나 양식한 내수면 수산물이 지역민들의 단백질 공급원이자 건강식품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요즘도 주말에 테니스를 치고 나면 자주 가는 곳이 인근의 어탕국수집인데 10년 넘도록 민물 어류가 나의 건강 지킴이가 되고 있으니 그 인연이 간단치 않다.
우리나라 내수면은 국토 면적의 6%에 해당한다. 국토의 물줄기를 따라서 내수면 어업과 관련 없는 지자체가 없을 정도다. 1980년대까지 성장했던 내수면 양식은 90년대 중반 이후 맑은 물 공급을 위한 수질규제 강화로 쇠퇴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내수면 수산자원 관리 및 육상 양식업 활성화로 생산량이 증대되고 있으니 반갑기도 하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해산물이 전체 수산물의 99%를 차지하기 때문에 민물고기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러나 민물생선은 바다생선과는 다른 특유의 풍미가 있어 마니아가 많다. 최근에는 산천어 축제 등 지역축제가 활성화되면서 내수면 어업이 재도약기를 맞고 있다. 내수면 어류 중 잉어와 붕어는 산후조리용으로 널리 이용되고 미꾸라지는 추어탕으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뱀장어는 맛과 건강에 으뜸이다. 메기, 쏘가리 등은 매운탕 재료로 여전히 인기가 높다. 숙취가 심한 날엔 다슬기로 끓인 국 한 그릇 먹고 나면 머리가 맑아진다.
우리 산천의 각종 축제에 민물고기는 빠질 수 없는 필수 아이템이 된 지 오래다. 화천 산천어 축제, 평창 송어축제, 양평 빙어축제는 꼭 한 번 가야 할 지역축제로 자리 잡았다. 휴일이면 호수와 강에 많은 낚시 인구가 붐빈다. 내수면 수산물은 지역의 관광자산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는 내수면 어업 종합계획이 수립되는 해다. 해양수산부는 이번 종합계획을 통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피해가 예상되는 내수면 어가의 우려를 털어버릴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자 한다. 중국산과의 차별화를 위해 내수면 수산물 생산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지역 관광산업과 연계할 수 있도록 발전 전략을 마련할 것이다. 또한 내수면 수산물의 생산·판매·관광이 연계된 6차 산업화 모델을 적용해 대규모 양식단지 건립도 확대할 계획이다.
지속가능한 내수면 어업을 위해 민물어류의 회유 통로를 확보하는 어도 관리, 유휴 저수지 자원화 사업, 외래어종 퇴치 및 토속어종 보호사업도 지속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내수면 양식장의 65%가 생산효율이 낮은 지수식(止水式) 양식으로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친환경 양식시설로 전환해 위생을 강화한다면 민물고기에 대한 대국민 인식전환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내수면 어업과 연계한 관광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어린 시절 강변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휴양과 레저를 즐겼던 즐거운 기억을 우리 국민이 다시금 느낄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몸에 좋은 보양식 내수면 수산물을 먹고 더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며, 우리 내수면 어업과 수산물에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린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특별기고-김영석] 내수면 어업에 관심을
입력 2016-03-22 1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