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사상 첫 무실세트’ 현대건설, 5년 만에 챔피언 등극

입력 2016-03-22 01:18
현대건설 김세영(오른쪽 두 번째)이 21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구자준 한국배구연맹 총재(가운데)로부터 2015-2016 NH농협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받은 뒤 MVP에 선정된 양효진(왼쪽 두 번째) 등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1차전 3대 0, 2차전 3대 0, 3차전 3대 0. 여자 프로배구 현대건설이 사상 최초로 무실세트의 완벽한 플레이로 챔피언에 등극했다.

현대건설은 21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의 NH농협 2015-2016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5전3선승제) 3차전에서 17득점을 올린 양효진의 활약을 앞세워 세트 스코어 3대 0(25-22 25-20 25-18) 완승을 거뒀다. 3연승을 질주한 현대건설은 통합우승을 달성한 2010-2011 시즌 이후 5시즌 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역대 챔피언결정전 사상 최초로 무실세트 우승을 달성해 기쁨이 더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우승을 한 건 남녀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는 양효진에게 돌아갔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통합우승을 노린 기업은행은 정규리그 막판 왼쪽 네 번째 손가락을 다쳐 수술을 받은 외국인 선수 리즈 맥마혼의 공백이 너무 컸다. 1, 2, 3차전 모두 결장한 맥마혼은 이날 관중석에서 팀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벼랑 끝에 몰린 기업은행의 이정철 감독은 경기 전 “고춧가루를 한 번 뿌려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맥없이 무너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경기는 이 감독의 바람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1세트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다. 22-22에서 경기 분위기는 현대건설 쪽으로 흘렀다. 현대건설은 양효진의 블로킹과 상대 선수의 터치네트 범실, 에밀리의 퀵오픈 성공으로 내리 3점을 따냈다. 기업은행은 1세트에서 범실을 7개나 쏟아낸 것이 뼈아팠다. 2, 3세트에서도 경기 흐름은 달라지지 않았다. 기업은행은 초반 반짝 빛났지만 막판 뒷심이 달리며 주저앉았다.

현대건설 사령탑에 오른 지 2년 만에 패권을 잡은 양철호 감독은 “이번 시즌을 준비하며 우리 선수들 모두 고생하며 눈물을 많이 흘렸다. 최고참부터 막내까지 16명의 선수들이 다 같이 고생하며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며 “작년에 췌장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난다”며 울먹였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