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쪽같았던 파리 테러범… 휴대전화 한 번 쓰고 버려

입력 2016-03-21 21:37
파리 연쇄 테러를 일으킨 테러범들은 일회용 휴대전화를 숙소에 쌓아두고 한 번 사용한 즉시 버리거나 인질들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쓰고 버렸다. 그들은 휴대전화나 노트북으로 이메일도, 문자 메시지도 사용하지 않았다. 경찰이 테러범들을 쉽게 붙잡을 수 없었던 이유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프랑스 경찰이 테러 수사 이후 정부에 제출한 55쪽짜리 보고서를 인용해 테러리스트들이 추적의 빌미가 될 수 있는 단서를 거의 남기지 않을 정도로 치밀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장 많은 90명의 사망자를 낸 바타클랑 극장 바깥의 휴지통에서 발견된 삼성 휴대전화에는 벨기에에 있는 한 사람에게 전화한 기록만 있었다. 테러 전날부터 하루 동안만 개통된 것이었다.

테러리스트들이 묵었던 곳마다 버려진 휴대전화가 발견됐다. 18일 체포된 살라 압데슬람의 형 이브라힘 압데슬람 명의로 임대된 프랑스의 빌라에서도 개통하지 않은 두 대의 휴대전화가 발견됐다. 벨기에의 은신처에서도 수십 개의 휴대전화가 박스째 발견됐다. 테러리스트들의 흔적을 찾지 못한 경찰은 이들이 암호를 사용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압데슬람이 브뤼셀 등을 목표로 이미 다른 테러를 계획하고 있었고, 준비가 끝났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살라 압데슬람과 함께 검거된 공범이 시리아 난민으로 위장해 그리스 레로스섬을 통해 유럽에 온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이 공범은 지난해 9월 지문과 사진을 등록하는 등 난민 입국 절차를 정상적으로 밟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